국내편 7 : 8시 육퇴를 위한 아빠의 수면 컨설팅

아빠의 첫 번째 '육퇴' 프로젝트

by CㅇSMㅇS

서막 : 눈물 없는 수면 교육, 그리고 거대한 착각

수면 교육계의 양대 산맥은 '울리는 파'와 '안 울리는 파'다. 그리고 그중 가장 유명한 건 단연 퍼버법일 것이다. 퍼버법이란 소아 수면 전문가인 리처드 퍼버 박사가 고안한 방법으로, '아이가 울더라도 즉시 달래주지 않고, 정해진 시간 간격으로 들어가서 확인하며 점차 그 간격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핵심은 아이가 '스스로 진정하고 잠드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내 심장이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우리만의 평화로운 길, '눈물 없는' 수면 교육을 택했다. 딸을 침대에 눕히고 다리를 살살 마사지해주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놀랍게도 잘 먹혔고, 나는 스스로를 '수면 교육의 천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딸이 7개월이 되던 날, 나는 자신감을 갖고 본격적인 '분리수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딸의 방을 꾸며주고, '목욕 -> 책 읽기 -> 눕기'라는 황금 루틴을 만들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 딸이 잠들 때까지 옆에 누워주는 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누워있는 그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나는 '오디오북'이라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자, 고된 노동의 시간은 비밀스러운 지적 탐험의 시간으로 변했다. 어젯밤엔 스릴러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딸보다 내가 먼저 잠들 뻔하기도 했다. 나는 이 완벽한 평화가 영원할 줄 알았다.


제1차 프로젝트의 장엄한 실패

하지만 그 평화는 딸의 두 발이 자유를 얻는 순간, 산산조각 났다.

생후 850일쯤, 두 돌이 훌쩍 지난 딸은 밤에 깨면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방문을 열고, 안방으로 걸어 들어와 나를 찾았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둠 속에서 작은 실루엣이 스르륵 나타나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집의 작은 좀비, 혹은 아빠 감시용 CCTV였다. 12시, 새벽 3시, 4시... 시간은 예측 불가능했다.

그제야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다. 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을 넘어, 아예 다른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딸에게 '혼자 잠드는 법'을 가르친 게 아니었다. 그저 '아빠라는 수면제를 옆에 둬야만 잠들 수 있다'는 끔찍한 습관을 30개월 가까이 강화시켜준 셈이었다. 나의 1차 프로젝트는, 그렇게 장엄하게 실패했다.


해법을 찾아, 패잔병처럼 책으로

나는 패잔병의 심정으로 다시 책을 펼쳤다. 수면 교육에 관한 책들을 샅샅이 뒤지다가, 샤론 무어의 《좋은 꿈 처방전》이라는 책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수면 교육의 진짜 목표는 아이를 '재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혼자 잠드는 것이 당연한 상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책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2분 뒤에 올게" 하고 나갔다가 시간을 늘려가는 방법. 하지만 딸과의 신뢰를 담보로 한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아빠 2분 뒤에 온다'고 해놓고 영원히 안 오면, 그거 완전 양치기 아빠 아니냐.

내가 선택한 것은 두 번째 방법, '점진적 거리두기'였다. 아이의 신뢰를 깨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잠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 나의 2차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열흘간의 위대한 후퇴

이 작전의 이름은 '위대한 후퇴'다. 마치 폭탄을 해체하는 EOD 요원처럼, 나는 매일 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1일 차 : 딸을 침대에 눕히고, 침대 바로 옆 의자에 앉았다. 혹시라도 내가 먼저 잠들까 봐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다.

2~3일 차 : 의자를 방 중간쯤으로 옮겼다. 딸과 나의 거리는 약 2미터. 아직은 안전거리였다.

4~6일 차 : 의자는 점점 방문 가까이로 후퇴했다.

7~9일 차 : 드디어 나는 문밖의 스파이가 되었다. 방문을 살짝 열어두고, 귀는 쫑긋 세운 채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진정한 '육퇴', 그리고 쇼생크 탈출

그리고 10일째 되던 날 밤, 나는 모든 루틴을 마치고 딸에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 딸, 사랑해. 코 잘 자." 그리고 방문을 닫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OST가 울려 퍼졌다.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던 앤디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마침내 진짜 '육아 퇴근'이었다.

진정한 성공은 그날 새벽에 찾아왔다. 새벽 3시, 캠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이 깬 것이다. 나는 긴장하며 화면을 지켜봤다. 딸은 잠시 칭얼거리더니, 이내 몸을 뒤척여 자기가 좋아하는 자세를 잡고는, 다시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그것은 흡사 스스로 종료되는 컴퓨터 같았다.

혼자 깨서, 혼자 다시 잠든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분리수면의 가장 큰 장점은, '부모의 시간을 되찾는 것'이었다. 밤 8시는 퇴근 벨이 되었다. '아빠'라는 직업에서 잠시 로그아웃하고, '나'라는 본캐로 돌아와 레벨업을 하는 시간. 이 시간에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투자를 공부했다. 그렇게 충전된 MP로, 다음 날 아침 딸에게 더 강력한 '아빠 스킬'을 시전할 수 있었다. 길고 길었던 수면 전쟁은, 그렇게 '나의 성장'이라는 값진 전리품을 남기고 마침내 막을 내렸다.


일본어판 : 国内編7 : パパ、初めての「育児退勤」プロジェクト|COSMOS

중국어판 : 国内篇 4 :爸爸,开始休育儿假了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豆瓣阅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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