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10 : 나는 딸을 키우고, 자연은 나를 키웠다

가장 외로웠던 날, 자연이 우리를 안아주었다

by CㅇSMㅇS

아빠라는 이름의 족쇄

육아휴직 이후의 삶이 마냥 행복했던 건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매일매일 지쳐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아이의 모든 순간, 모든 선택, 모든 위험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 거대한 바위처럼 어깨를 짓눌렀다. 그 시절의 육아일기를 보면, 거의 모든 페이지의 끝이 "오늘도 쉽지 않았다. 힘들었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특히 딸의 분리불안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 나는 '인간 족쇄'를 찬 죄수와도 같았다. 내가 한 치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져라 울어댔다. 심지어 화장실에 큰일을 보러 갈 때조차, 문을 활짝 열고 바로 옆에서 나를 지켜보게 해야 했다. 그 순간의 현타란. '내가 이러려고...'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편으로는 '말도 못 하는 이 작은 존재를 직접 보는 나도 이런데, 남에게 맡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여기에 '자아 형성기'라는 놈이 기름을 부었다. 생후 18개월이 지나자, 딸의 입에서는 "내가!", "아니야!"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육아서에서는 이것을 '자율성을 획득하려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아름답게 포장했지만, 현실은 그냥 전쟁이었다. "서은아, 양말 신자." "아니야! 내가!" 30분 동안 양말 한 짝과 씨름하다 결국 실패하고 자지러지게 우는 딸 앞에서, 나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

고충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대화할 상대도 없었다. 당시 나는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으로 머리까지 삭발한 상태였다. 185cm의 거구에 빡빡머리. 동네 놀이터의 엄마들 무리에게, 나는 아마 '오늘부터 이 놀이터는 내가 접수한다'고 말하는 조폭 행동대장쯤으로 보였을 것이다. 내가 나타나면 엄마들이 슬금슬금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하는 게 느껴졌다. 비둘기 떼처럼.


그래서 우리는 자연으로 출근했다

어디서도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기에, 우리는 자연으로 나갔다. 매일 아침, 나는 딸을 카시트에 태우고 '출근'했다. 시골의 자연은 사회로부터 고립된 우리 부녀에게 거대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봄에는 길가에 핀 꽃과 나무에게 인사를 건네고, 여름에는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발가벗고 물장구를 쳤다. 가을에는 바삭거리는 낙엽을 일부러 찾아 밟았고,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고 꽁꽁 언 강 위에서 얼음을 깨며 놀았다. 길에서 만나는 참새와 두루미, 청둥오리들은 우리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나쁜 날씨는 없다, 부적절한 옷만 있을 뿐"이라는 스웨덴 속담처럼, 폭염에도, 영하의 날씨에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놀이터의 엄마들이 나를 피할지는 몰라도, 자연은 언제나 두 팔 벌려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딸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

자연 속에서 딸은 놀랍게 성장했다. 실내에서는 "물 줘", "밥 줘" 같은 한정된 대화만 했다면, 자연에서는 "아빠, 저 새는 이름이 뭐야?", "이 돌멩이는 왜 뾰족해?" 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하고 질문을 던졌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고, 등산로를 뛰어다니며 아이의 대소근육은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처음에는 그저 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흙을 만지고, 풀을 밟고, 눈비를 맞고, 바람 소리를 들으며 함께 웃는 동안,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딸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 역시 이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당연한 사실을 온몸으로 다시 배우고 있었다. 나는 딸을 자연으로 데려간 게 아니었다. 오히려 딸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었던 나를 진짜 세상으로 다시 데려와 준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세 번의 여름과, 세 번의 겨울을 함께 보냈다. 돌이켜보면, '인간 족쇄'에 묶여있던 그 절망의 시간, '조폭 아빠'라며 세상이 우리를 밀어냈던 그 외로운 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자연의 품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도피처에서, 우리는 세상 그 누구도 갖지 못할 우리만의 단단한 세계를 만들었다.


일본어판 : 国内編10 : 私は娘を育て、自然は私を育てた|COSMOS

중국어판 : 国内篇6 :爸爸的第一个周岁宴和女儿红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豆瓣阅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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