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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Mar 15. 2020

퍼펙트 센스 (2011)

사랑, 감각 너머 그 무언가에 대하여.



로맨스와 재난적 요소가 합쳐진 수작. 좋아하는 배우 에바 그린이 나오기도 하지만, 여기서 다루는 '재난적 상황'은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극심한 우울함에 이어 후각, 미각을 잃게 되고, 식욕 급증까지 이어진다. 더 상황이 진전될수록 분노 조절을 못하고 결국엔 청각까지 잃게 된다. 이 단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인류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자, 가장 기본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을 모조리 망가뜨려놓는다. 그럼에도 마이클, 수잔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삶은 계속되는 것'이라며 그들이 항상 해오던 일상을 다시 시작한다. 맛을 좀 못 느끼고,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어떠한가. 그래도 근사한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수화로 대화를 이어가며, 공연장 스피커의 미세한 진동을 들으며 계속 살아가려 한다. 


마이클과 수잔, 이 둘은 사랑에 서툴며 타인에게 정을 많이 주지 않은 채 자신만의 벽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둘에게 사랑은 갑작스럽게 찾아왔지만, 더 이상 시간이 많지 않다.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음에도, 포개져 마치 하나가 된 듯함을 보여주는 장면(첫 번째 사진)은 그래서 더 애틋하고, 강렬하다.


그렇기에 마지막 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잠시 멀어졌었지만 다시 서로를 향해 달려 나가고, 결국 둘은 마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찰나, 화면은 암전 되고 그들의 눈에도 완전한 어둠이 드리움을 보여준다. 제목이 '퍼펙트 센스'인 이유 또한 완벽한 감각은 바로 사랑임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수많은 감각이 사라지고, 절망과 외로움에 사로잡힐 수도 있었던 그들이지만 그 상황에서도 생각나는 단 한 사람이 있었기에, 사랑은 감각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화면으로나마 그들의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고, 그래서 사랑은 더욱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누군가에겐 간절한 마지막 희망이기도 한,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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