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크러쉬 : 헤이리, 웨이브
최근 여러 문화 예술 사업을 추진해 발전한 마을인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좀비 사태를 다룬다. 초중반부까지는 마을에 사는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감독의 젊은 감각 또한 돋보이는데, 요즘 세태에 맞게 1인 방송,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자기 홍보를 하는 인물들과 예술 사업에 참여한 작가의 갈등을 카메라에 담는다. 여러 영화들을 오마주한 것 또한 눈에 띈다. 좀비 사태가 일어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폐기물 매립은 <괴물>을 떠오르게 하고, 인물이 직접 언급하는 영화 <프랭크> 또한 그렇다. 좀비의 등장이 늦은 감이 있지만, 흐름은 순조롭게 흘러간다. 대단한 연출이 있는건 아니지만, 저예산 영화 특유의 감성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이민지 배우가 너무 귀엽다 ㅠㅜ
현장에서 본 상영작들 중 제일 좋았던 작품. 평화로운 SF 물을 예상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스펙터클하다. 공식 포스터에서 보여주는 사이버 펑크적 요소들과 잔잔함을 잘 접목시켰다. <웨이브>는 허상과 실제 사이를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로 스크린에 담는다. 영화의 매 장면들은 마약으로 인한 환상인지, 과거에 대한 회상인지 관객을 헷갈리게 한다. 일종의 필터를 씌운듯한 연출들 또한 시공간을 뛰어넘는 듯하다. 현실에서는 빠르고 정신없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상상 속 공간에서는 초현실주의 그림들을 연상시키며 느린 템포의 음악들이 나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프랭크의 말들이 복선이 되며, 마지막 반전은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그의 모든 것들을 뒤집는다. 드라마와 SF, 판타지 등 여러 장르가 합쳐지는 경우엔 어딘가 어색하거나, 허점이 있기 마련인데 <웨이브>는 부드러운 연결지점이 존재한다. 마치 한여름 밤의 역동적인 꿈을 꾼 것만 같은, 너무도 매력적인 영화. +시국이 시국인지라 해외 영화들은 감독님들이 직접 오시지 못해 영화 시작 전 짧은 감사 인사 영상이 나오는데, 이 감독님은 영화 분위기에 맞게 주변에 그래픽적인 가상 아이콘들을 띄어놓으신 게 너무 귀여웠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띄어놓으신 것도 센스 있다.) 다들 K-하트는 어디서 배우시는 건지.. 신기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