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만남, 보석 같은 인연 찾아
[ 만남 12/만남 13/만남 14/산행/선물/너와 나 ]
[ 만남 12 ]
오늘이 조금은 의미 있길 바라며
언제나 매번 그러하였듯이
어디서 만나 어디로 갔습니다
처음 사랑 느낀다는 소박함에서
예전에 없던 야릇한 기분 일어
애정의 눈길로 마주합니다
맑은 눈동자 샛별처럼 영롱하여
좋은 감정으로 끌리는 마음
무한히 지속하길 소원합니다
이미 아는 평범한 사생활로부터
공개될 수 없는 비밀까지도
속속들이 분신으로 안고 싶습니다
감미로움이 교차하는 입맞춤에서
청아한 물결이 짐을 믿으며
장미 향기 분홍으로 사랑하렵니다
[ 만남 13 ]
수원 어디에서 보기로 한 약속이
뜻대로 되지 않음은 야속하다
그리워 보고프기에
그대 또한 그러하리라 믿기에
스스럼없는 행보이었건만
잠시 잠깐이 아니라 두어 시간을
까닭 모르고 애태우며 서성이었지
혹시나 미련 갖지만 그래도
끝내는 오지 않아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지친 심신 추슬러 믿음에 의탁하건만
미련 속에 짜증스러움 남아
이럴 수 있느냐며 약 올라 한다
오기마저 지치고 나서야 돌아서는
발걸음이 몹시나 허탈하고
안타까움은 이내 안부 걱정으로
거처 찾아도 소식 모르겠고
어쨌든 오늘 우린 만나야 한다
[ 만남 14 ]
연휴를 위한 시월의 새벽은 찬연하다
분주한 예정 시간을 얼러내어
대관령 능선을 단숨에 차오르면
계곡 사이론 이른 단풍이 치장한다
천변에 늦은 아침 구수하게 마무르고
해 질 녘까지만 산행을 즐기자며
산사를 거쳐 비선대 금강굴
손에 손잡고 아스라이 오르고 오른다
어렴풋이 하나로 가는 우리 마음과
설악의 진풍경은 형용이 어렵다
다만 여기에 우리 만남의 자리 있음을
파란 하늘에 비추어 공중에 띄우노라
메아리치는 진의 사랑 이야기가
해맑은 진실로 은연히 다가와
분홍빛으로 눈웃음 지을 때
심산의 정기는 호연으로 맞이하리라
[ 산행 ]
주말에 등산 떠나자 계획 세우고
급기야 출발하니 비가 내려
갈까 말까 망설이는 북한산 입구
빗줄기 더욱 굵어져 주저하다가
무리한 산행에 어둠 쌓이고
발걸음 재촉해 한길로 달린다
한적한 계곡에 짐 풀어내어
오붓한 자리 마련으로 담소 나누니
동녘에 햇살이 기지개 켜 온다
산사의 목탁 소리 들릴 즈음
개울물에 쌀 씻어 새벽밥 지면
구수한 내음에 김이 모락모락
[ 선물 ]
종로 번화가 쏘다니다가
서점 들러 교양도 쌓고
지하상가 진열장 유심히 눈요기하다 보면
못다 입은 옷이 좋아 신사·숙녀가 된다
허영심 없어도 특별한 손님이 되어
눈길이 머물면 걸쳐보고
가격 흥정으로 으스대보자
투피스 비싸서 살 수 없더라도
조그만큼도 기죽지 말자
오늘은 마음부터가 든든하다
왜냐면 첫 월급이 있으니까
너에게 무엇을 사줄까 망설이지 말게
갖고 싶은 게 있거들랑
살짝 귀띔해 주려무나
어느 한점 궁금증이 생기더라도
잠깐 눈감았다가 펴어보렴
조금은 야하게 상상으로 기대해도 무방하다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주마
좋아한다는 사랑의 정표로 받아주렴
[ 너와 나 ]
남과 여가 서로 안다고 한다
시집 장가도 아니 간 처녀와 총각이
무슨 까닭에서인지
미소 지어 눈길을 건넨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와 그녀가
운명 같은 필연으로 맺어져
한 눈 감고 반 눈 뜨며 추파질한다
횟수 알 수 없이 하다 보면
마음이야 그냥 두어도 쌓일 게고
끝점에 남는 건
사랑뿐 무엇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