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결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나는 금요일 밤이 너무 싫었다.
누군가는 ‘불금’을 외치며 밤거리를 향해 달려갔지만,
나는 메이크업실 구석에 앉아 조용히 다음 날을 준비해야만 했다.
고객들의 명찰을 만들고,
수백 개의 속눈썹을 잘라 정리하니
안 그래도 거북목인 내 목은
정말 거북이처럼 굽어갔다.
그 시절,
남들 쉴 때 나도 쉬어보는 게 작은 소원이었고,
그 작은 바람은 늘 이루어지지 않았다.
토요일 새벽 여섯 시.
“ —-신부님~”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대기실을 가로지른다.
피곤한 얼굴들 사이로 명찰이 불쑥 내밀어지고,
눈을 마주치면 붙잡히고,
피하면 서운한 시선이 따라붙는다.
베이스는 쉴 틈 없이 올라가고,
줄지어 앉은 신부들의 어깨 위론
막내 스태프들의 손이 기계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피팅룸에선 드레스 전쟁이 벌어지고,
우리는 각자의 손끝으로
누군가의 찬란한 하루를 빚어내야만 했다.
그 분주함 속에서,
저마다의 ‘결’을 지니고 있다는 걸
서서히 배워갔다.
가장 먼저 어머님이 들어왔다.
차가운 말투로 하나하나 간섭을 시작했고,
그 순간, 대기실의 공기가 뚝 끊기듯 얼어붙었다.
곧이어 들어선 아들은
말투도, 눈빛도, 그 밀도까지 꼭 닮아 있었고,
예비 며느리는 한층 더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 세 사람 사이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그 결이 뿜어내는 묘한 공기를 조용히 지나쳤다.
유독 날 선 사람 곁엔,
어김없이 거친 결을 지닌 이가 함께 있었다.
또 다른 커플이 들어왔다.
신부는 단아했고, 웃는 미소가 참 예뻤다.
신랑은 반삭머리에 거친 인상을 지니고 있어,
겉으로 보기엔 마치 서로 다른 두 조각 같았다.
그는 조용히 웃으며
탈모로 머리를 밀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 눈빛엔 배려가 깃들어 있었고,
그 다정한 말투에
내 손이 잠시 멈췄다.
그 둘을 조금 더 바라보니
배려하는 방식도, 말투의 리듬도
마치 하나의 결처럼 닮아 있었다.
‘결이 닿는 순간’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서로를 닮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이미 맞닿아 있는 이들.
닮은 결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서른을 넘긴 지금,
나는 여전히 다양한 얼굴과 관계를 마주한다.
그럴수록 자주 깨닫는다.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맞지 않는 사람은
손끝에서 자꾸만 미끄러진다는 걸.
그리고,
내가 누군가보다
거친 결을 지니고 있다면
눈부신 이를 마주해도
그 빛의 깊이를 쉽게 가늠하지 못한다는 걸.
그래서였을까.
가까이 다가갈 용기도,
붙잡을 손도 선뜻 내밀 수 없었다.
나도 언젠가 닿게 될 누군가와
결이 조용히, 부드럽게 이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결을
조금씩, 곱게 빗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