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
긴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몸은 축 났고, 마음은 더했다.
“아, 인간관계도… 돈도.. 진짜 질린다.”
사람, 사람, 사람
그 뒤를 따라붙는 단어, ‘돈’
출장 내내 수없이 다짐했다.
“다시는 안 해. 절대 다시는 안 해.”
하지만 새로운 제안 하나에
내 손은 이미 캐리어를 싸고 있었다.
결과는?
출장은 허무하게 취소됐고,
남은 건 또 한 번 실패한 다짐뿐이었다.
“돈은 필요하지만, 돈에 끌려다니고 싶진 않아.”
그럴싸하게 말하지만,
나는 여전히 돈에 끌려다니는 중이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또 바보가 되었구나.”
프리랜서의 삶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늘 불안과 함께 걷는 길이다.
“이번엔 좀 괜찮겠지?”다독여 봐도,
불안은 눈 깜짝할 새에 다시 찾아온다.
이쯤 되면 거의 불안 장인이다.
불안으로 세계를 정복할 기세다.
그 불안은 내 마음을 예민하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흔들어놓는다.
“당분간 사람 안 만나. 연락 끊어.”
단단히 다짐했지만,
…. 10분 뒤,
“뭐 해~?” 지인의 전화 한 통에
한 시간 넘게 웃고, 떠들고, 위로받았다.
아, 나란 인간.
10분 전 다짐을 10초 만에 까먹는 놀라운 생명체.
상처받고, 다치고, 질려놓고도
또 사람에게 기대 웃는다.
참 아이러니하고,
참 어이없지만,
그게 또 어쩐지 따뜻하다.
돈도, 인간관계도, 불안도
나를 지치게 하지만
결국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이다.
“아, 더럽게 힘들다.”
한숨 한 번 푹 쉬고,
또 다른 캐리어를 싼다.
그리고 내 방식대로,
쿨한 척 나를 다독인다.
몰라.
어떻게든 잘 살아가겠지
일단, 잠이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