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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도행 Sep 11. 2023

식물은 못 움직이는 걸까,  안 움직이는 걸까?

연역법으로 말해서 답부터 이야기하면 안 움직이는 것이다. 웬 궤변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식물은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고도 주변의 흔한 재료를 사용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완벽한 자급자족의 체계를 태생부터 갖추고 있다.


동물은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인간은 먹거리를 더 많이 축적하기 위해 더 바쁘게 돌아다닌다.


식물은 돌아다니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필요로 하는 3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벡질, 지방)와 3부 영양소(비타민, 미네랄, 물)를 하늘과 땅에 순응하고 교류하면서 모든 걸 만들어 낸다. 악독한 인간과 동물이 마구잡이로 뺏어가도 불평 없이 또 만들어 내어 줄 준비를 한다. 동물에 속하는 벌의 꿀도 마구 훔치는데 식물은 말할 것도 없다.


잠시 식물의 편에 서서 생각해 보자. 식물의 광합성 작용은, 지구에서 흔하디 흔한  이산화탄소CO2와 물H2O에 햇빛을 이용해 탄수화물과 물 그리고 열을 만들어 낸다. 무기물을 가지고 유기물인 탄수화물을 만드는 슈퍼 능력은 오직 식물의 특권이고, 지구의 실세이자 주인인 세균 중에서도 극소수의 세균만이 갖춘 엄청난 능력이다.


왜 세균(미생물)이 지구의 실제 주인이냐고?  몸무게 70kg 짜리 70억 명의 인간의 총 무게와 코끼리 2,500억 마리에 해당하는 미생물의 총무게는 상상조차 어렵다. 덧붙여서 세균보다 1,000 배나 작은 코로나바이러스에 하나에 전 세계가 3년이나 기능 정지 당하고도 전멸시킬 수도 없는 것이 진짜 주인 클라스인 것이다.


식물을 이야기할 때 질소N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질소는 지구 공기의 78%를 차지한다. 이 말은 아무리 한 껏 호흡을 해도 78%는 폐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나간다는 말이다. 질소가 중요한 이유는 단백질을 만드는데 필수 원소이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의 기본 단위가 포도당이듯이 단백질의 기본 단위는 아미노산인데 모두 다 질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질소N는 공기 중에 질소 원자 한 개로 존재하지 않고 질소 특성상 N3 즉, 질소 원자 3개가 합친 3중 결합 분자 N3로 존재한다. 결합력이 강하다는 말은 안정하다는 말이므로 기계 용접할 때 주변과 차폐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식물은 질소의 N3 형태로 흡수해도 3중 결합을 깰 수 없어서 단백질을 만들 수 없다.


이 질소 삼중결합은 자연 상태의 번개에너지만이 N3를 깰 수 있다. 그래서 공기와 땅속에 부족한 1개짜리 질소를 얻기 위해 식물의 뿌리에 특정 세균과의 공존을 택했다. N3를 NH4+ 이온 형태의 질소로 분해할 수 있는 '질서고정세균'과의 동침을 수용했다. NH4+ 이온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콩을 만들 수 있는 대신, 세균에게는 식물이 만든 포도당과 집을 제공하는 아름다운 공생 관계가 아주 오래되었다.

그래서 제초제나 오염 물질로 토양오염이 되면 가장 먼저 질소고정세균이 전멸하게 되고, 순차적으로 식물의 단백질 공급이 끊기므로 먹거리 문제,  인류 종말을 말하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 모두 에너지는 세포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산하며, 식물에는 추가로 엽록체가 있어서 광합성 작용을 하여 포도당을 생산한다. 엽록체 표면에 붙은 엽록소는 빛에너지를 흡수하여 전자(e)를 전달하는 역할로, 전자 전달함으로써 에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핵심 물질이 된다.

이 엽록소가 인간의 적혈구내 헤모글로빈 구조와 거의 유사하며, 단지 헤모글로빈의 철Fe대신 마그네슘Mg이 결합되어 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 공급 물질이 이렇게 흡사한데도 식물을 무시하는데 주저 함이 없다.


잠시 교과서에 나오는 인간의 적혈구 크기를 보자. 인간 전체 세포 수는 대략 60조 개이며 그 중에 적혈구는 대략 25-30조개이다.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요구하는 산소를 충당할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  적혈구 수명은 120일이고,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mm 의 작은 공간에 500만개 적혈구가 들어간다. 또, 적혈구 1개에는 헤모글로빈이 2억8천만개가 들어가고, 1개 헤모글로빈에는 동서남북에 철Fe 원자가 박혀있고, 그 철에 산소O2가 결합하므로 적혈구 1개에는 산소O2분자가 10억 개가 넘는다. 건강은 이렇게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엽록소는 가시광선을 흡수하되 푸른색 계열은 거의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서 모든 나뭇잎이 푸른색 계열로 보이게 해 생동감을 주고, 가을이 되어 엽록소가 파괴되면 노랗거나 빨갛게 보이게 되므로 다음 봄을 대비하라고 경고도 한다.


식물의 잎도 아픔을 느낀다.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아주 미세한 진동을 일으킨다. 이 진동을 눈치챈 조그만 벌레는 건강하지 않은 잎으로 생각해서 조금도 먹지 않는다. 건강에 좋은 것만 먹는 쬐끔한 벌레의 습성을 이용한 것이 '벌레 먹은 배추가 오히려 달다'라고 하는 것이다.


식물도 동물과 인간의 무차별 폭격에 대응할 무기도 갖추었다. 어떤 식물은 동물이 섭취했을 때 생식기 기능을 떨어뜨려 종족 번식을 방해하는 핵폭탄급 물질을 감추고 있기도 하다. 식물의 무기를 통칭하여 파이토케미칼이라고 한다. 과일의 껍질을 질기게 하여 식감을 낮추게 하거나, 쓴맛, 신맛 등으로 많이 못 먹게 하고, 부패와 세균을 물리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낸다.


식물이 만든 방어 물질인 파이토케미칼이 인체 내에서 똑같은 작용을 기대하며 천연적, 자연적, 유기농을 고집하는 것이다. 흙탕물에서 자라는 미나리를 먹고 몸속에 정화되는 작용을 기대하고 경험하는 것과 같다.


과일의 하얗 속살에는 당분이나 식이섬유 등이 많고 파이토케미칼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껍질이나 씨앗 외부에 몰려 있다. 식물이 꼭 주고 싶었던 파이토케미칼은 칼로 요리조리 야무지게 없애버리고, 비만을 일으키는 달달한 당분을 먹고 부수적으로 뇌에서 분비하는 만족 호르몬(오피오이드)도 얻는 1석2조의 미를 추구한다. 사과가 새빨간 이유는 동물을 색깔로 유인하여 먹게 해서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하는 대신,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사과의 씨가 널리 널리 퍼지는 종속 번식 방법인 것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이성이 발달하였기에 사과의 속셈을 미리 간파하여 껍질도 야무지게 씨앗도 매몰차게 제거하고 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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