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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r 25. 2024

행복한가요?

비닐하우스에서...

매일 행복한가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나만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걸까?

몸은 지치고 힘들 때 어떻게 마음이 편해질까? 불안하고 두려움이 차오를 때가 있다. 나만 왜? 마음이 볶이고 있지? 아니야 지나가는 과정일 게야. 누구나 자기 몫의 아픔은 다 가지고 사는 게 인생이잖아. 



비 내리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바라보는 밖은 촉촉이 젖은 나무와 물먹은 산만 보인다. 아무 생각을 안 하는 공허한 상태를 만든다. 멍하니 밖을 바라본다. 고개를 돌리니 어제 심은 부추와 대파 상추 모종이 이쁘게 줄을 서있다. 유튜브에서 마음비움의 영상을 본 탓일까? 내 맘도 따라서 가라앉았다. 



오랜만에 올케에게 전화를 한다. 조카가 전화를 받는다. 막 제대한  조카의 목소리엔 아직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 어리기만 했던 아이들이 점점 어른스러워지는 걸 보면 언제나 가슴 뿌듯하다. 그리고 세월의 빠름과 나의 나이 듦이 동시에 다가온다. 


"우리 조카 뭐 하고 있노?"

"차 안에서 엄마랑 아빠를 보고 있어요"

"잉? 차 안에서 엄마 아빠를? 엄마 아빠는 뭐 하시는데?"

"밖에서 엄마랑 아빠가 쑥을 뜯고 있어요"

"쑥? 비 안 오니?"

"네 비 안 와요"

"자주 쑥 뜯으러 다니니?"


속사포 같은 질문이 이어진다. 올케를 바꿔달라고 하고 조카의 안부를 묻는다

"엄마~ 큰고모예요. 전화받으세요, 고모 엄마 바꿔드릴게요"

조카가 밖으로 나가 올케에게 전화기를 넘기는 모양이다.

"형님~ 안녕하세요?"

상냥한 올케의 목소리에 내 맘이 초록이 된다.

"쑥을 캔다고"

"네.. 날이 좋아서 집에만 있기 아까워 가까운 곳에 쑥 캐러 왔어요."

"잘했네"

50이 넘은 올케네 부부와 조카 세 식구가 쑥 캐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아버지를 닮아 희끗한 머리의 남동생과 암을 이긴 이쁜 올케 군에서 막 제대한 대학생인 덩치 큰 조카 셋이서 쪼그리고 않아 쑥을 캔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쁘다.

"이렇게 좋은 날 집에서 뒹굴뒹굴하느니 밖으로 나가자고 두 남자 끌고 나았어요. 형님 울산이세요?"

"응 나 비닐하우스, 여긴 비 와.. 올래?

"안 그래도 형님네 땅에서 쑥 켈까 하다가 가까운 곳으로 왔어요"

"오지 그랬어. 보고 싶은데"

"담에 갈게요. 매주 오시죠"

"거의 매주 오지"...

수다가 이어진다.


몇 해 전일까? 올케가 위암인 걸 알고 온 식구가 모두 초긴장 상태였다. 특히 엄마는 며느리 소식에 주저앉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다. 다행히 초기라 수술을 하고 회복하고 완쾌한 후 수년의  세월을 보냈다. 완쾌 소식이 듣기까지 수년의 세월을 온 가족은 함께 아팠다. 늘 걱정이었다. 한 사람이 암에 걸리자 온 식구가 단체로 보호자가 되어 마음을 모으고 한마음으로 집중 관심을 사랑으로 모아 온기를 전했다. 그런 올케 생각이 왜 났을까?


"형님 행복하시죠?"

어느 날인가 올케가 던진 한마디가 남아있었던 탓일까? 

"아프고 보니 욕심이 도망가더라고요"

올케가 던진 한마디가 명언이 되어 남은 탓인가 보다.


암이구나 아프구나 죽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이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불평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을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않게 된다. 맘대로 기대대로 되지 않아도 실망하거나 주저하지 않게 된다. 우린 누구나 철학자다. 특히 아프거나 슬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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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요~" 저쪽에서 대럼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달려가 본다. 작은 아주버님 전화라고 아주버님 모시고 왔으면 한다. 식구들이 모두 일하고 있다. 일 못하는 나는 방금 이불 빨래를 널고 있었다. 

"작은 아주버님이요? 어디신데요?"

"작은 형님이 우리 단톡방 사진 보고  오시겠다는데 형수님이 좀 다녀오이소"

"내가?" 그리고 둘러본다. 모두 밭을 일구느라 정신이 없다. 일 못하는 내가 움직이는 게 맞겠다. 나도 호미질하고 돌 골라내기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작은 형님이 삼겹살에 한재미나리 파티하자고 합니더" 동서가 거든다

"형님 야채도 알아서 사 오이소. 아주버님이 한턱 쏜다고 하십니더"

"알았어 내가 다녀올게"


일 못한다고 소문난 내가 작은 아주버님 모시러 간다. 한잔하실 모양이다. 데리러 오시라는 걸 보니.. 차로 6분 거리다. 아주버님은 언제나처럼 염색하지 않는 백발의 신사이시다. 날씬하고 젊쟎은 모습이시다. 


"제수시 오셨는교? 잘 지내시죠?"

아주버님의 인사는 언제나 동일하다. 

"아주버님 형님은 어디 가셨나 보네요" 그렇게 마트에 함께 장을 보러 간다.

푸짐한 삼겹살과 웅촌 막걸리에 미나리가 가득이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파티가 열렸다. 잠시 후 고모부가 도착하신다. 형님도 볼일 보러 가셨다. 차소리가 들린다. 큰 아주버님이 도착하셨다. 둘레둘레 고향 근처에 사는 형제들이 모두 하나둘씩 발걸음이다. 시간 되는 사람들만 모인다. 번개를 친 것도 아닌다. 단톡방에 일하는 사진 몇 장이 모두를 부른 것이다. 대럼이 우리 땅에 대럼네 차고지를 만드는 중이다. 간이 천막을 치고 컨테이너 설치 신고를 하고 작업 중이다. 아직 어수선하다. 정리를 좀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작은 밭도 일군다. 주마다 모두 모여 품앗이를 한다. 난 너무 좋다. 





    

 일구는 밭에 앉아 나물을 다듬고 있다. 두 아주버님이 사진을 보고 출동이시다. 응원하러 오신 게다 일도 거들어 주시고 밥도 사주러 자주 오신다. 6형제는 이렇게 자주 모인다. 오늘은 우리네 비닐하우스다. 사실 거의 매주 모인다. 형편 되는대로 시간 나는 사람만 모인다. 안 온다고 뭐라 하지도 않거니와 자주 온다고 뭐라 하는 것도 없다. 그냥 오면 된다. 막꺼낸 김치와 갓 지은 밥 쑥국 한 그릇이면 족하다. 요즈음은 한재 미나리가 철이라 삼겹살에 자주 구워 먹는다. 일하고 먹는 막걸리가 제맛이고 미나리에 삼겹살이 어우러지니 점심이 풍성하다. 


의좋은 형제간에 어우러짐은 소확행이다. 한 주간 살아온 이야기와 계획들이 쏟아지고 안주 삼은 손주 자랑들도 한몫을 한다. 어머님 아버님께 감사하다. 우리 형제들 이렇게 지내는 모습을 보시면 두 분도 행복하실 테다. 주말 울산행은 남편의 공부만을 위한 게 아니다. 새봄에 움트는 자연을 가까이서 보는 자유로움과 신비로움을 더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더하는 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힐링이 별건가?

형제간에 같이 일하고 웃고 먹고 마시며 건강하게 지내는 게 힐링이지. 내 맘 편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즐거우면 힐링이지. 한 주간 살아갈 에너지 충전하면 힐링이지. 



행복한가요? 

굳이 물을 필요도 없다. 주말 울산행은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 

울 동생들 "언니야! 부산 쫌 온나" 

"ㅎㅎㅎ 그래 가마"  친정 동생들 성화에 좀 미안해진다.




#행복 #소확행 #글쓰는피아노쌤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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