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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15. 2024

뭐하고 사니? 어떻게 사니? 뭐 먹고 사니?


급하게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어머나 1분 뒤 마감한다고 한다. 책 검색 노트북도 꺼져있다. 늦었다. 발길을 돌리 수밖에 없다. 시간 계산이 어긋났다. 조금 더 일찍 나올걸~ 교보에서 책 사서 책을 읽으며 남편을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할 수 없이 ktx 역 주차장에서 그냥 대기하야겠다. 그러다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남편 도착시간까지 2시간이나 남았다. 



수원 친구랑 한동안 묵은 이야기를 푼다. 오랜만에 아들과 데이트했다고 자랑을 한다 '파묘'를 봤다고... 아~ 울 아들에게 서운한 거 아직 안 풀렸는데 좋겠다 좀 부러워했다. 용인 친구랑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남편이 올해 정년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언젠가 다가올 정년인데 뭘~ 막상 날짜를 세고 있으려니 갑갑한가 보다. 우리 나잇대가 다 그렇게 걱정하고 현실을 직시할 때가 남편의 정년을 맞이할 때이다. 대기업 정년까지 버티고 있어 준 것만으로 감사하다. 그래도 막상 부딪힐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다. 



아들이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결혼을 생각한단다.  뭔가 부모 노릇 한 가지를 해주려니 걱정이 더해진다고. 용인 친구는 지금 사는 아파트를 아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 얘길 들은 딸은 못내 서운한지 "진짜 오빠 줄 거야?" 친구는 오산 아파트를 딸에게 준다고 했다. 지지배 아파트가 몇 채인 거야? 그래도 줄 게 있어 다행이다. 남편이 경매를 공부하면서 마련한 아파트가 3채 더 있단다. 맙소사 그러면서 뭔 걱정이래.



아들 딸 아파트한 채씩 줄 수 있는 부모가 돼서 좋겠다. 솔직히 좋겠다 싶은 맘이다. 부모 노릇이 돈 노릇은 아니지만 살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궈오기가 쉽지 않았음을 안다. 그 마음도 읽어진다. 그리고 친구네는 태안 시골로 내려가 노후를 정착하기로 했다. 태안에 잡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형제들이 모여사는 교향서 사는 게 완전 객지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나으리란 마음인가 보다. 나도 그런데 뭐~ 다행히 친정도 가깝고 해서 울산에서 정착하려고 미리 준비해 온 게 아닌가. 



남편의 퇴직은 커다란 변화이고 또 한 번의 전한점이 된다. 살던 터전을 다시 재 점검하고 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서울 경기권에서 벗어나면 집을 구입하거나 생활비가 한결 절약된다. 그러다 보니 고향, 친정 시댁 곁으로 가는 친구가 많다. 우리 세 친구도 그러하고 용인 친구도 그러하다. 우린 낯선 지역을 선택하기보다 익숙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못 본다는 게 아쉽다고... 가족들이 근처에 살아서 좋은데 서로 신경 쓰게 될까 봐 걱정을 한다. 어디 간들 누굴 만난들 어떠하리. 이제 눈도 귀도 적당히 부드러워진 나이지 않은가? 마음 편한 곳에서 공기 좋은 곳에서 인생의 나머지를 살면 될 것이다. "뭐하고 사니? 어떻게 사니? 뭐 먹고 사니? 이런 고민을 다시 한번 더 하는 시기. 남편의 퇴직 즈음이다. 



뭐 먹고 사니?


연금생활이 최고다. 용인 친구도 남편 연금과 본인 연금 임대 사업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한다. 300이 안 되지만 시골생활하면 도시생활보다 절약하고 살림을 줄일 거라고 본인 비상금도 있고... 아~ 내 비상금은 코로나 때 다 써버렸는데~ 



뭐하고 사니? 


에어비앤비에 사는 집을 오픈하고 살림에 보탬이 되게 하고 싶단다. 그래서 태안 바닷가 근처 동서네 작은 집을 사서 이쁘게 만들고 손님들 받을 준비를 한단다. 좋은 생각 같다. 꾸미고 가꾸는데 센스 있는 친구와 남부럽지 않게 재주 많고 부지런한 남편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남편도 태안의 시정과 농촌 생활을 이미 준비 중이라고...



어떻게 사니?


가족들과 어울림이 우선이다. 아이들이 다 결혼하고 나면 다시 가족들과 이웃해서 살면서 못 그린 그림을 그리고 싶단다. 미술을 전공하고 손을 놓고 있던 친구라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우리 이담에 둘이서 전시회 하면 좋겠다. 태안서 울산서...



나의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비닐하우스가 만들어졌고 세컨 하우스처럼 꾸며지고 있다고... 밭도 조금씩 모양이 갖춰지고 유실수도 옮겨 심고 있다고... 지금 내 친구들은 노후 준비가 한창이다. 아주 현실적이다. 미리 이것저것 준비해 왔지만 막상 닥치면 생각보다 맘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일단 삼식이 남편이랑 사는 것부터 시작이다. 주말부부로 지낸 용인 친구의 가장 큰 걱정이다. 삼식이 남편 ㅎㅎㅎ "괜찮아 다 그러고 살아. 그래도 떠나는 자식보다 옆에 있는 남편이 나아"



남편이 도착할 시간이다. 1박 2일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안녕했다. 50대 후반 내 친구들은 다 그러고 사는 중이다. 남편의 퇴직과 정년 자녀들의 결혼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살아갈 걱정...



뭐 하고 살지? 뭐 먹고살지? 어떻게 살지? 삶의 중간 토막에 이런 생각할 계기가 된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나잇값 하면서 살고 싶다는 결론을 내린다. 좀 격조 있는 우아함으로... 될랑가 모르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모지스 할머니처럼 살고 싶다. 



60이 되기 전 애 서점에서 내 책을 만나고 싶은 꿈을 이뤄야 할 텐데 숨은 내 꿈도 슬쩍 쳐다본다. 남편 전화다 도착했나 보다. 집으로 가는 길 우리 부부의 이야기가 끝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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