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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16. 2024

문장 공부 그 강렬함에 반하다


어느 날 갑자기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 일어났다. 책과강연에서 운영하는 문장 공부 2기 멤버를 모집했다. 무심결에 신청하고는 잊어버렸다. 당연히 안될 거라고... 울산 집에 갈 계획으로 스케줄을 맞추고 룰루랄라~ 할 때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2기 멤버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아싸~ 울산 스케줄은 모두 패스한다. 남편 ktx 예약부터 하고 신나게 문장 공부 팀에 합류한다.


토요일 오전 9시 시작인 모임을 위해 서둘렀다. 책과 강연에 도착하니 8시도 안 됐다. 마음이 바빴나 보다 토요일 서울행은 고속도로에서 진을 빼게 한다. 이미 경험한 토요일 고속도로는 저속 도로로 각인되어 있는 탓이다. 미리 출발해 차라리 도착해서 기다리자 했다. 다행이다 이른 도착이다 문이 닫혔나 보다. 아무도 안 오셨나? 주차장에서 늦은 북클럽에 참여하고 북이 토론을 마쳤다. 어라? 아직? 안 오셨나? 살짝 문을 열어본다. 열린다. ㅎㅎㅎ 



잠깐의 인사와 소개 후 문장 공부 스터디는 시작되었다.  두 달간 4번의 오프라인 모임이며 단톡방에서 매일 문장 공부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가감 없이  진행 중이다. 자신의 문장을 공유하고 서로의 문장을 합평하는 시간은 서로의 내면과 글에 대한 진지함이다.   깜짝 놀랄 피드백이 주고받는다. 3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첫날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는 책의 한 꼭지가 주어졌다.  자신의 문장으로 바꾸는 25분의 시간. 뭐라도 적어야 한다. 생각나는 대로 일단 쓰고 보자. 주어진 원문장을 보고 내 문장으로 바꿔 글을 쓴다.


첫날 내 문장이다.


하얀 구름 머금은 파란 하늘색이 투명해 보일수록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한다.


회색빛 날개를 한껏 펴고 속도를 내다 한 점 먹이를 발견한 새 한 마리가 유리 천장에 부딪쳤다. 쿵 소리에 날개를 움츠릴 겨를도 없이 툭하니 바닥으로 던져졌다. 한 마리 새는 움직임이 없다. 죽은 바람개비처럼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구름에 가려진 하늘빛이 바람 덕에 살아난다. 꿈틀~ 회색빛 날개가 애처롭게 움직인다. 작고 동그란 빨간 눈에 파란 하늘이 들어간다. 근근이 퍼덕거리며 일어난 새는 잠시 잠에서 깨어나 먹이를 찾아 날개를 두어 번 퍼덕거리며 펼치자 이내 날아간다. 삶을 이어가는 생명체의 투명한 본능이 파란 하늘빛에 숨어있다. 


작가님들의 솔직한 피드백에 깜짝 놀란다. 이런 강렬하고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다. 원문장에서 키워드와 느낌을 가져와 순발력 있게 자기식으로 글을 완성한다. 이미 문장 공부를 경험 한 작가님들이라 그런지 보는 눈과 내공이 깜짝 놀라게 한다. 옴메~ 기죽어~ 그러나 신난다. 무의식 아래서 뭔가가 꿈틀거린다. 어쩌다 내가 이 정예 멤버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감사할 뿐이다. 당연히 지원자가 넘칠 책과강연의 문장 공부 2기 선정은 행운의 여신이 어둠에서 건져낸 빛 같다. 




4월 15일 


1) 원문장 :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괴로워하는 법이다. 오블론스키 집안은 모든 일이 엉망진창이었다


2) 나의 문장

금수저 아이들은 전생에 덕을 많이 지어서다. 지지리 가난한 우리 집에서 태어난 건 뭔가 오류가 있을 것이다. 틀림없다. 진짜 엄마 아버지가 언젠가 나를 찾아오실 테다. 난 틀림없는 부잣집 딸일 게야. 


가난은 언제나 마음을 쪼그라들게 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배고픔을 안고 있는 것처럼. 뱃속에 거지가 있다는 말이 맞는다고 본다. 옆집 국이네도 아랫집 영희 언니네도 밤이면 아줌마 아저씨가 싸운다. 안 행복하다. 하나도.


부자인 영숙이 집에서는 아저씨 아줌마가 안 싸운다. 아니 들은 적이 없으니 안 싸우는 거다. 행복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른다.


오늘은 우리 아버지 국이 아버지 영희 언니 아버지가 함께 술을 마신다. 같은 모습 다른 목소리로 괴로움 엉켜 아저씨들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전부 다 싸울 테지. 불행한 가정은 같은 모습으로 가난을 알콜에 담아 증발시키는 바보다. 우리 동네 아저씨들은 전부 가난한 바보들이다. 우리 아버지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면 서로의 피드백이 오고 간다. 멋진 시간이다. 소수 정예의 멤버들을 모두의 진심과 솔직함 강렬함으로 멤버들의 글에 집중한다. 아나도 흐트러짐 없는 내공이 술술~ 





이런 퀄리티 높은 팀에 함께함이 감사하다. 정유정 작가님과 우리 정예멤버들에게 애정을 보낸다. 우리 한번 잘해봐요.


나의 문장이 어떻게 바뀔지 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마디 한마디를 모아 가슴에 새기면 잔잔한 호숫가에 돌 하나 던져진 파동과 여운처럼 그렇게 글도 그 파장에 스며들게다. 남은 시간이 기대된고 설렌다. 



문장공부는 뜨거운 에너지를 숨겨둔 비밀병기다. 비밀의 에너지를 캐는 중이다. 멋진 모임이다. 


누군가 문장 공부를 하고 싶다면 책과강연에 들어와 살펴보시라 권한다. 이미 많은 것들이 준비된 멋진 곳이라 안내하고 싶다



https://open.kakao.com/o/gTorTh2c


          



#문장공부2기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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