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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19. 2024

천 원짜리 보약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은 온라인으로 피아노 수업을 하는 날이다. 화요일은 1주일 중에 제일 바쁜 날이다. '줄리의 온라인 피아노 교실'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전 10시 30분. 오후 13시 30분 또 수업 그리고 2시 30분부터 학원 운영과 레슨 20시 온라인 수업이 9시에 끝난다. 끝남과 동시에 숨도 쉬지 않고 성경공부에 접속한다. 10시 30분이 넘어야 끝나는 성경공부는 새삼스럽고 재미있다. 가슴이 몽글거리다가 옛 기억을 더듬기도 한다.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 차분하게 정리되는 시간이다. 잊어버렸던 믿음을 찾는 중이다. 



시간을 쪼개는 화요일 저녁엔 잠깐의 짬으로 빵을 먹는다. 편의점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근데 물렸다. 먹고 싶지 않다. 뭔가 배달 주문을 해도 늦다.  무심코 던져둔 봉지 하나를 들었다.  며칠 전 제자가 보노 수프 하나를 주길래 올려둔 거다. 뜨거운 물만 끓여부으면 된다고 한다. 설명서 대로 하니 마시는 수프가 된다. 한결 따스하고 든든하다. 어린 시절 오뚜기 추억 때문인가? 





동생들과 엄마를 기다리며 주방을 뒤졌다. 먹다 남은 오뚜기 수프는 잘라진 단면이 접혀있다. 엄마가 하는 걸 봤잖아 우리 4형제는 무언의 동의를 한다. 냄비에 물을 붓고 수프를 쏟아부었다. 물이 끓자 수프가 많았던지 뻑뻑하게 잘 저이지질 않는다. "언니야 물을 더 부라~" 글치 물을 더 붓는다. 그래도 여전하다. "언니야 더~" 그래 좀 더 그렇게 물을 붓다 보니 한 냄비다. 양이 많아지자 동생들이 웃는다.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인지 왠지 뭔가 성공한 즐거움인지 모르겠지만 그날의 수프는 한 냄비 가득했다. 



방바닥에 책 하나를 둔다. 그 위에 냄비를 조심스럽게 올린다. 동생들은 본능적으로 숟가락 하나씩 들고 준비 완료다. 냄비 뚜껑이 열리자 우리 4남매는 돌격 앞으로 수프를 먹기 시작한다. 막내가 뜨거운지 호호거리며 느린 숟가락질을 한다. 부드럽고 맛있는 수프가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마다 뜨겁다. 눈을 질끈 감으며 숟가락을 냄비로 보낸다. 멈출 수 없다. 냄비에 수프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는가! 



방문이 열린다. 막내가 숟가락을 들고 "엄마~" 소리친다. 엄만 그 자리에 잠시 정지 상태다. "야 이놈들아 상에 올려놓고 묵지 이기머꼬~" "누가  끓인노? 뜨거븐데 디먼 우얄라꼬 겁도 읍시~" 엄마의 잔소리가 귀전에서 튕겨나간다. 수프가 적당히 식으니 숟가락질이 더 바빠진다. 둘째가 수프 한 숟가락 떠서 엄마 입앞에 들이민다 "엄마 아~ 해봐"  말을 하는 둘째 입도 아~하고 벌어진다. 엄만 멈칫하다 둘째의 숟가락을 입에 넣는다. "맛있네 그란데 느그들끼리 끓이 묵지마라 잘몬하다가 디먼 우얄라꼬 그카노 엄마 기다리거라~" 다시 엄마의 잔소리가 한 바가지다. 우린 냄비의 수프가 바닥을 보이자 더 급히 숟가락을 전쟁을 한다. 



제자가 주고 간 보노 수프 한 잔에 따신 기억이 올라온다. 동생들이 보고 싶다. 그들은 기억할까? 수프 한 냄비를?? 물어봐야지 ^^



천 원짜리 수프 한 봉지가 꿀처럼 달다. 어린 날 오뚜기 수프 한 봉지 다 넣고 끓인 한 냄비 오뚜기 수프 맛이 올라온다. 천 원짜리 보약이다. 마트서 장 보다 오뚜기 수프를 지날 때면 괜히 한 번 더 쳐다본다. 괜히 예정에도 없는 구매를 한다. 일단 종류별로 카트에 담는다. 추억도 따라 담는다.  오늘 아침엔 오뚜기 수프에 쌀빵으로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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