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띠링 소리가 울리도록 냉장고 문을 열어두고 뭘 해 먹지? 고민 중이다. "아무것도 먹을 게 없다." 음...
언제나 그러하듯 냉장고엔 무언가 가득 차 있다. TV 속 어느 연예인 집 냉장고는 음료수와 반찬들이 줄을 서 서있던데 우리 집은 '쉬어~'자세다. 수영장 두어 바퀴 돌고 기운 빠져 헉헉거리듯 숨 가프다. 공간을 비운다고 했는데 어느새 뭔가 자리 잡았다. 근데 마땅히 먹을 건 안 보인다. 참나~ 옷장의 옷도 어디 나가려고 하면 입을 게 없는데 도긴개긴이다.
맘먹고 냉장고 파먹기에 돌입하기로 한다. 정리부터 시작이다. 칸칸이 구역별 줄을 맞추고 야채 칸과 생선을 뒤진다. 그래 오늘 점심은 생선을 굽자. 저녁은 찌개 내일 아침은 미역국... 어딘가 비슷비슷한 반찬들을 구시렁거린다. 혼잣말을 내뱉어야 그나마 머릿속에 기억이 된다. 돌아서면 뇌가 작동 오류를 일으키는지 수시로 깜빡인다. 나이 탓 안 해야지...
냉장고랑 실랑이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채우면 비우느라 끙끙거리고 비워지면 뭔가 채워야 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뱅뱅 한없이 돌고 있다. 적정량의 내용물을 유지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살림 살는 건 영 재주가 메주인가 보다. 살림 산 지 30년이 넘도록 냉장고 관리하나 제대로 못하는 엉터리 주부다.
자기 계발한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내가 고작 냉장고의 마늘과 생선 고기 김치들과 줄다리기를 하며 살고 있다. 이런... 답답한지고~
책 읽고 글 쓰고 운동하고 난리 부루스를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문을 여닫는 냉장고랑은 아직 대치상태다. 싹~ 비우고 나란히 줄 선 마트 냉장고는 아니더라고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삐용거리며 냉장고를 째려본다. 자기 계발보다 냉장고부터 손보자.
한동안 남은 음식들 버리지 않게 자리를 정한다. 앞으로 와야 할 반찬과 뒤에서 배경 노릇을 할 양념류들 유통기한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지난 게 없나 재차 확인해 본다. 우리 집 냉장고만 엉터리 주인을 만난 건가? 우리 할머니는 냉장고 없이 사는 시절도 있었을 텐데 그땐 어떻게 살았지? 우리 조상들도 다 잘 살았을 텐데... 아예 냉장고를 소형으로 줄이면 어떨까? 양문형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뭔가를 채우고 사는 것에 너무도 익숙하다. 좀 비우고 헐렁한 공간으로 만들기 프로젝트를 해야겠다.
비우는 삶이 채우는 거라 했는데. 꽉 채우고 답답해하는 어리석음이다. 냉장고만 잘 관리해도 편안하고 편리할 텐데... 둘이 살면서 혼자 사는 듯 준비하고 장을 보자. 냉장고를 한판 뒤집어 놓으니 마음 정리가 된다. 비우고 버리고 공간에 여유가 생긴 시각화는 개운하게 목욕한 것 같다.
당분간 냉장고 파먹기로 한다. 장을 안 봐야지. 비운만큼 채워질 마음 홀가분함과 정리된 시원함을 쭉~ 가져가야지 혼잣말로 다시 한번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비움이 채움이다.알찌...
비움....채움....비움...채움 반복하지 않기를~ 비움.비움...
당신의 냉장고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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