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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y 02. 2024

꼼수


4시 30분 알람이 울렸다. 알람 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나던 몸이 축 처진다. 눈을 감았다 떴는데 훌쩍 1시간이 지났다. 아차차 어쩌나 루틴이 깨지겠다. 1일1블로그 글쓰기...늦겠다. 이럴 땐 꼼수를 써야 한다. 매일 진행하는 문장 공부로 땜빵을 하는 거다. 문장 공부가 보험처럼 ... 할 수 없다. 새벽 인증과 운동시간이 있어 빼먹을 수는 없쟎아. 



1) 원문장

'어떤 말은 반드시 뱉어내야만 살 수 있는 호흡처럼 간절하다. 지금 저 밑바닥에서 꿈틀대는 그 말의 씨들은 무엇이 있을까?‘


2) 나의 문장

링커줄이 엉킬 것 같다. 하얀색. 아이보리색, 투명한 링거병까지 몇 갠지 모른다. 손가락은 집개로 찝혀있고. 콧줄엔 숨쉬기 수월 하라도 ....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고 있다. 


아버지가 결코 원하지 않으셨을 텐데, 엄마랑 우리 형제는 아버질 놓질 못하고 있다. 엄마의 꽉 쥔 두 손은 피가 통하지 않는다. 아무도 산소호흡기를 빼자는 말을 못한다. 


아버지 옆으로 다가가 귓속말을 한다.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호흡. 심지 없이 다 타버린 촛불이다. 아버지 천국에서 만나요.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라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랑해요. 아버지.... 마지막 속삭임을 꾸역꾸역 내뱉는다. 속울음이 가슴을 갈기갈기 후빈다. 


의사가 날 불렀다. 의미 없이 산소호흡기라고. 누군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맏딸인 난 무의식 고통의 아버지를 놓아드리자고 놓아드리자... 입 밖에 나오지 않는 말을 중얼거린다. 메마른 눈물에 후회 다 필요 없다. 


내가 해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한다. 어떤 말로도 꾸밀 수 없는 한마디. 


이젠 안녕하자고....







1) 원문장)

마음 쓰는 밤 (고수리 지음)

'저는 집에 있어도 종종 행방불명이 됩니다. 지금은 여기 없기 때문입니다.'


2) 나의 문장

투명 망토를 입고 은행을 털면 부자가 될래나? 슈퍼맨의 크립토니언을 째벼오면 강한 자가 될래나? 걸러먹었다. 아무것도 없쟎아. 


술래잡기나 하자고 해야겠다. 꼭꼭 숨어 늘어지게 잠들어야지. 잠깐의 행방불명, 100분의 1로 압축된 시간 여행이다. 아무도 찾지 마. 은미 읍따~~



1) 원문장(김영하-여행의 이유)

삶의 안정감이란 낯선 곳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믿는 것.


2) 나의 문장

머리가 깨질 듯 이승인지 저승인지 저 멀리 보이는 게 요단강은 아닐까?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희미한 그림자, 까만 옷이다. 저승사자 아닐까? 흔들리는 몸뚱이 가누질 못한다. 동굴 끝이 보이는지? 얇은 빛이다 실눈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남편이다. 꿈이었구나. 휴~ 이걸 사랑받는 자의 안정감이라 하자.





1)원문장

- 어차피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  강산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수준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이 설정한 기준으로 모든 것을 해석한다.


2) 나의 문장

얼굴이 하애지고 배가 아프다는 그는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약을 찾아 먹으라며 난 내 허리 뜨끔한 것에 온 신경을 보낸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자기 발등의 불만 보고 있다.


등에 손을 지탱하고 반쯤 숙인 허리로 고개 들어 그를 본다. 한결 쏙 들어간 배를 문지르는 그가 소파에 몸을 누인다. 와락 분이 올라온다. 내 자린데... 내가 누워야 하는데... 말 못 하고 눈빛 총으로 쏘았다. 슬그머니 일어난 그는 멋쩍은 듯 1인용 소파로 자리를 옮긴다. 어라~ 쏜 총이 미안해 흠칫 허리를 좀 더 숙이고 아픈 척 인상을 더 쓴다.

...

난 등신이다.




#꼼수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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