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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Dec 10. 2021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들

가을아 가지마 ㅠㅠ

분주한 아침

요즘 늦게 자고 등원 20-30분 전에 겨우 일어나는 아들 덕분에 더욱 분주했던 이번 주.


도저히 아침을 먹일 시간이 안될 것 같아

치즈라도 먹여 보내려고 냉장고 음료수 칸? 을 열었는데

냉동실에 있어야 할 밀크티가 딱!


내가 안 했으니 신랑이 넣어뒀겠지

“먹으려고 해동했다 까먹었나? 아싸 “

하고 날름 마시고 다시 해동시켜둬야지 하곤 까먹었다.


오늘 아침 또 등원 15분 전에 일어난 아들.

선택지는 없다.

치즈 꺼내러 또 열었는데 응? 또 있네??


그제야 퇴근 후 냉장고 음료수 칸부터 열어보는 신랑의 행동이 생각났다.

육아휴직에 들어가고 내가 집에 있으면서

신랑은 틈날 때마다 내게 전화를 걸어준다.


적게는 한번 많을 땐 서너 번씩.


오전에 여유가 있으면 한번

점심 먹고 한번

오후에 여유가 있으면 한번

빠지지 않고 퇴근 후 한번


첫째 때 친구도 없는 부산에 있다 보니

만날 사람도 통화하거나 얘기할 사람조차 전무해서

MBTI 극강의 I인 나도 우울해했더니

통화로라도 좀 풀어준다는 게 둘째까지 이어졌다.


빠지지 않는 통화에 빠지지 않는 질문

오전에 통화엔 “뭐 좀 먹었어?”

퇴근 후나 오후 통화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지금은 친구도 많이 생겼고 좋은 이웃도 만나서

가끔 외출해있을 때 어김없이 전화가 오면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ㅎㅎ  

그래도 뼛속까지 경상도 남자가 이 정도 해주는데 감지덕지지 ㅋ


우리 오빠는 흔히 말하는 츤데레 스타일이다.

예쁘게 말로 포장만 잘하면 최수종, 션 저리 가라인 사람인데 그 마지막 포장을 못해서 평범한 남자가 되어버린 슬픈 사연.


일일이 나열하려 하면 나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받아왔던 그의 배려가

이렇게 툭- 존재감을 드러낼 때는

정말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본인은 굶고 출근해서 오전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집에 있는 사람의 식사를 챙기는 정성.


엄마가 본인은 굶으면서도 등원하면 바로 간식 먹을 아들의 식사를 챙기는 정성.


그게 우리 가족의 사랑 방법인가 보다.


 

아들이 미술학원에서 가을을 만들어 왔다.


조심스럽게 꽂고 꾸몄을 아이를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본인도 이번 작품은 맘에 쏙 들었는지

자랑도 하고 삐뚤게 꽂아진 나뭇잎을 수정하기도 한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참 많은 계절인데

매번 시기를 놓치고 흘려버린 계절 가을.

그래서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데

넌 이미 가을을 만들 줄 아는 아이 었구나.


금수저 은수저들처럼 원하는걸 다 해줄 순 없지만

많이 보여주고 함께 즐기며 살아보자.


사랑해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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