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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Dec 12. 2021

엄마 충전이 필요한 첫째

혼자 받던 사랑을 나눠줘야 했던 4살

코로나 때문에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간 주말.

(정말 큰일이고.. 애들 불쌍하고 ㅠㅠ)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는 걸 이해 못 하는 첫째는

자꾸 교회 가자고 조른다.

넓은 유아부실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뛰어놀고 싶은 4살.

그것조차 욕심이 되어버린 지금 상황이 미안하다.


나도 같이 우울해지는 것 같아

추천받은 다니엘 기도회 설교를 틀어놓고

멍하니 보고 있으니 첫째가 슬그머니 옆으로 오더니


“엄마 안기고 싶어” 한다.

그래- 하고 오랜만에 아이를 다리 위에 앉혔다.

그동안 둘째를 케어하느라 잠깐잠깐은 안아줘도

이렇게 수유하는 자세로 안아주는 건 오랜만이다.


훌쩍 커버린 아이가

내 품 안에 있고 싶어서 몸을 구긴다.

최대한 편하게 안아주고 싶은데

내가 봐도 아이는 불편한 자세로 꿋꿋하게 안겨있다.

누운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30분이 넘어가니, 내 엉덩이도 왼다리도 감각을 잃어간다.

자세를 고쳐 잡아 보지만 아무리 다시 해도 아이는 삐져나오고, 우린 둘 다 불편하다.


그만 내려오라 하려고 아이를 쳐다봤는데

그렇게 설치는 놈이 내 왼쪽 가슴에 귀를 대고

가만히 눈을 감고 안겨있다.

자나 싶지만 절대 잠들 수 없는 자세 ㅋㅋㅋ

내려가란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 돌려 말한다.

“딴딴아, 안 불편해?”

하고 물어보자

“아니요 안 불편해요” 하곤 또 눈을 꼭 감는다.


큰애를 많이 못 안아줬구나 마음이 저릿.

그래.. 2년 동안 팔 들고 산 아저씨도 있다는데

고작 몇 분으로 다리가 마비되기야 하겠나

둘째 자는 동안 실컷 안아주자 마음먹고 최대한 왼쪽이 덜 눌리게 자세를 잡아본다.


내 품에 안긴 익숙한 얼굴을 찬찬히 뜯어본다.

몇 개 없는 날 닮은 부분인 생머리와

아쉽게 아기 티를 벗어가는 이목구비.

다행히 아직은 길쭉한 팔다리,

흰 피부 덕에 벌써 보이는 솜털.


부족한 엄마 아빠가 아등바등 살아내는 동안

이렇게 잘 커주고 있구나..

둘째랑 함께 보다 보니 다 큰 아이 같지만

이렇게 엄마 품을 파고드는 아기구나.

그동안은 본인보다 더 어린 동생에게 엄마를 양보하고 있었구나..


꼬박 한 시간을 품 안에 불편하게 벌서듯 갇혀있던 아이는 영상이 끝나자 만족스럽게 일어났다.


왼 다리의 감각을 얼마 동안 잃었지만

왼쪽 가슴이 따뜻해졌다.


첫째 하나만 잘 키우자고 주장하는 남편을

겨우 어르고 달래고 고집부려서 설득? 시킨 건 나였다.

내가 동생이 있어 너무 좋으니

첫째에게도 그런 평생 내편을 한 명 더 만들어주는 게 나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낳고 보니 키우는 게 장난이 아니다.

해봤던 일이라 자신만만했는데..

어른 둘이 애 둘 못 키우는 게 무슨 엄살이냐 했건만

내가 그 엄살을 피울 줄이야 ㅋㅋ


둘이 함께 둘을 케어하는 순간에도

한 명이 화장실이라도 갈라 치면 공백이 생긴다.

그걸 간과한 나 새끼..


큰애 한 명만 있을 땐 동생이 놀러 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볼 테니 데이트하고 오라고

일명 이모 찬스도 종종 썼는데

둘째부터는 그냥 모든 게 불가능이다.

셋, 넷, 다섯 키우시는 분들은

나라가 나서서 일손을 붙여주던지

하나님이라도 나서셔서 초능력을 주시던지..


둘째가 너~ 무 귀엽다는 남편은

첫째에게 미안해서라도 셋째는 없다고 얘기한다.

돈만 많으면 셋넷 낳고 싶었던 나도 그 말에 반박하기가 힘들다.


경상도 여자들 중에서도 무뚝뚝한 편에 속하는 내가 힘닿는 대로 사랑한다 표현하고, 스킨십하고 있어서

부족하지만 모자라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째에겐 동생에게 강제로 나눠줘야만 했던

많은 것들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동생을 꽤 아껴주는 사랑둥이

얼른 둘 다 커서 둘이서 잘 놀았으면 싶다가도

지금 모습 그대로 둘 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조금 천천히 컸으면 싶은 요상한 양가감정.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더 사랑해줘야지.

완벽할 순 없겠지만, 상처 없는 아이로 키울 순 없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아이들에게도 그 마음은 닿으리라.


잠이든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서 예능도 보고 싶고 야식도 먹고 싶지만

내가 움직이면 5분 안에 일어날 걸 알기에

오늘도 강제 다이어트라 위안하며 참아본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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