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과 사과의 공통점
아침 7시, 알람이 울린다.
비몽사몽 일어나 와이프 도시락을 챙긴다.
입덧으로 아침을 못 먹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처음엔 사과 하나 깎아주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락에 살이 붙었다.
과일, 요거트, 맛밤, 간단한 간식까지.
오전, 오후 간식을 챙기다 보면 가방이 묵직해진다.
와이프는 웃으며 말한다.
"오빠 때문에 더 살찌는 것 같아~"
그래도 퇴근 후 돌아오는
빈 도시락 가방을 보면 괜히 뿌듯하다.
콩알이도, 콩알이 엄마도 오늘 잘 먹었다는 뜻이니까.
와이프가 임신하고 처음 알게 된 게 있다면
과일값이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총각 때 과일은 본가에 가야 맛보는 거였다.
예쁘게 잘라진 크고 신선한 과일들.
배부르다고 남기기 일쑤였다.
이제는 둘이 장을 볼 때마다 놀란다.
"이게 이렇게 비싸?"
"콩알엄마, 여기 봐봐. 이거 한 개에 4천 원이야"
그래도 아낄 이유는 없었다.
콩알이랑 와이프가 먹는 건데.
그래서 우리는 항상 과일 코너 앞에 옥신각신한다.
"괜찮아, 그냥 사자."
"아냐, 잠깐만! 너무 비싸."
결국 타협을 본 건
저녁마다 동네 마트를 도는 거였다.
산책 삼아 땡처리 과일을 찾는다.
상처가 적고, 당도 높은 걸 고르려
진품명품에 나오는 전문가처럼
둘이 요리조리 살핀다.
그렇게 고른 과일을 아침마다 깎는다.
멍든 부분, 못생긴 조각, 씨앗 근처는 다 잘라낸다.
와이프 도시락엔 예쁜 조각들만 담는다.
남은 심지와 멍든 과일은 따로
내 도시락통에 넣는다
처음엔 그냥 버렸는데, 아깝기도 하고,
사실 과일은 몸에 좋으니까 겸사겸사
두 개의 통을 만든다.
어느 날, 출근길 내 도시락통을 보던 와이프가 말했다.
"오빠, 나랑 같은 거 먹어. 이런 거 가져가지 마."
나는 웃으며 넘겼다.
"원래 진짜 맛있는 건 뼈 붙은 데야.
사실 내가 제일 맛있는 거 먹는 거야."
그 말,
아버지가 평생 하시던 말이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저녁대신 가끔 족발을 사 오셨다.
누나랑 나는 신나게 살코기만 골라 먹었다.
아버지는 뼈에 붙은 살점을
천천히 떼어 술안주로 드셨다.
고등학생 때인가 뼈만 드시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살코기 좀 드세요. 왜 뼈만 드세요?"
아버지는 뼈에 붙은 살점을 떼어내며 웃으셨다.
"니들이 맛을 몰라서 그렇지, 뼈 붙은 데가 제일 맛있어."
생선도 마찬가지였다.
식탁에 잘 구운 생선이 올라오면,
아버지는 손대지 않았다.
누나랑 내가 배불러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쯤,
남겨진 생선 머리와 가시 많은 살을 드셨다.
그땐 진짜 맛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그게 맛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안다.
좋은 건 자식 먼저라는 걸.
그리고 남겨진 그 조각에서
가장 진한 맛이 나온다는 것도.
이제 나도 부모님처럼 심지만 남은 사과를 먹는다.
회사 책상에 앉아, 심지를 베어 문다.
사과를 집은 손이 끈적하다.
끈적함과 동시에
입안 가득 사과향이 번진다.
오늘도 콩알이랑 콩알이 엄마가
가장 맛있는 부위를 먹었겠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부모님과의 추억이 단맛이 되어 돌아온다.
오늘 사과가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