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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총각에서 아빠로

by 콩알아빠

와이프에게 결혼 전에 아이 이야기를 몇 번 꺼낸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단호했다.
“나는 아이에 관심 없어. 책임질 자신도 없고,

우리 둘이 행복하면 됐지.”

그러면 와이프는 “그럼 우리 그냥 연애만 하자~^^”라며 토라져 버렸다.

부모님은 그런 내 말을 들으시곤 철없는 아이의 투정쯤으로 흘려들었다.


사실, 와이프 임신 전까지 세상이 너무 힘들어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내 삶은 내가 감당하기도 벅찼다.

사춘기 시절엔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라며 부모님께 대들었고,

대학 졸업 후엔 100개 넘는 이력서를 넣고도 탈락한 현실에 도서관에서 조용히 울었다.

취업 해서는 업무 스트레스에 화장실로 달려가

토한 적도 있었다.

퇴근 후엔 옷 입은 채로 침대에 쓰러져 자고,

그렇게 깨어나 다시 출근한 적도 있었다.


이런 내 삶이, 내 아이에게 이어질까봐 두려웠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아빠, 나는 왜 태어났어요?”

라고 물으면

그 질문에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는 게 싫었다.

정확히 말하면… 두려웠다.


반면, 와이프는 나와 정반대였다.

"그건 모르겠고, 일단 시작!”이라는 마인드가

장착된 여자였다.

해야겠다 싶으면 무조건 행동에 옮기는 스타일.

인생 계획이 철저한 여자였다.

주변 사람들도 그녀의 계획성과 실행력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런 그녀는 본인의 나이가 많다고 느꼈는지, 아이를 서둘러 갖고 싶어했다.

하지만 나만 느긋했다.

아이를 가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조급하면 될것도 안된데^^"라며,

인생2회차 처럼 말했다.

말을 듣는 와이프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그러다, 어느 날 회사에서

와이프로부터

희미하게 두줄이 나온 사진을 받았다.

“헐”, “오!?”, “와…”

외마디 감탄사만 연달아 터졌다.

두 줄이었다.


코로나 양성 이후 처음 보는 두 줄...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사진에 이은

와이프에게 온 한통의 카톡

"축하해 아빠됐네"


아빠가 되는 순간은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찌릿했다.

조용한 사무실에

벌떡 일어나 창가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 후로, 나는 스스로 느낄 만큼 달라졌다.

담배를 끊었고,
하루 종일 아기 영상을 봤다
하품하는 아기,
아빠 발소리만 듣고도
현관문을 향해 기어오는 아기,
첫 손주를 맞이하는 부모님의 영상까지,
그걸 보며 우리 집을 상상하며 혼자 웃는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땐

화장실에 들어가

아이의 초음파 영상을 본다.

콩알만 한 녀석이 주는 묘한 책임감,

그게 나를 버티게 한다.


아직도 아이가 “아빠, 나는 왜 태어났어요?”

라고 물으면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음… 아빠랑 맛있는 거 먹으려고?”

그러곤

웃으며

“마트까지 누가 먼저 가나 시합하자!”고 말하며 전력을 다해 뛸 것 이다.


아빠가 무엇인지 모르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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