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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짜리 부모

50+50

by 콩알아빠


와이프와 며칠전 싸웠다.

임신초기 먹는게 중요하다고 배웠기에
매일같이 와이프 출근전
팅팅 부은 눈으로 한쪽 눈만
뜬채로 열심히
키위,딸기 등 제철 과일을 챙겨주었다.

와이프 역시 엽산,오메가3등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먹고 있었다.

그런던 중, 우연히 SNS에
"엽산을 너무 과다하게 먹으면 안된다"는
글을 보게되었다.

와이프가 먹는 엽산 하루 섭취량을 계산해보니
하루 권장량을 약간 넘기고 있었다.
엽산을 과하게 먹으면 나타날 수 있는
아까 본 부작용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황급히 와이프한테 연락을 해서
"먹는걸 얼마나 조심해야하는데 임산부가 하루권장량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먹냐"고
책망하듯 말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널 이럴게 잘챙겨주는데
너는 이것밖에 못하냐'의
질책과 짜증이였다.

와이프는 아무 말이 없없다.
"..."
"....."

반응이 없기에
오히려, 한참을 SNS를 통해 본
엽산을 과다하게 복용하면 미치게 될
태아의 영향에 대해 열을 올렸다.

와이프는 다 듣고나서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 잃을까봐..아기가
나한테 떨어질까봐..두알씩 먹었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

와이프가
그만큼 아이에 대해서
걱정과 불안이 컸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와이프는 임신하고 나서 아프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배가 땡긴다, 울렁거린다, 머리아프다
이런말보다는 항상 날 보며 짓궃은 장난과 함께
꺄르르 웃었다.
그래서 난 "아직 임신초기라 괜찮은건가?"
라는 무심한 생각을 했지만,

와이프는 배의 통증, 갈색 혈 등 변화
하나하나에 불안해하고 초초해 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부부는 첫 임신이라 모든게 낯설어
어설프게 부모 흉내를 내는것 같았다.

어떤걸 먹거나, 하려고 해도
"해도 되나?"라는 생각에
하루종일 인터넷 검색을 하고선
포기해버렸다.

특히, 주변에서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중간에 떠나보낸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우리이야기 처럼
가슴이 철렁거렸다.

축복처럼 찾아온
이 아이를 잃을 수 없다는 생각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나와 와이프 마음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무얼 먹으면 안되는지,
어떤걸 하면 안되는지,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였다.

그렇기에
우리부부는 갓난아이처럼
세상의 모든게 낯설고 위험해 보였다.

나는 100점짜리 완벽한 아빠가 되고싶었다.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아빠라는 역할을 해내고 싶었다.

임신과 결혼생활이라는
거대한 미로앞에서
되돌아가는것 없이 한 번에
출구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와이프는 그 미로 속에서
조심스럽게 길을 찾고 있었는데
나 혼자 "이 길이 정답이야!" 하며
앞서 나아갔다.

내 마음속에 와이프는

2순위였던 것이다.


길을 나아가는 사이
와이프의 마음을 보지 못했다.
나는 오로지

뱃속의 아기만 생각하고 있었다.

와이프에게 미안했다.


평생을 함께 하자고

약속한지 얼마나 됐다고
엽산 2알 먹은걸로 그렇게 쏘아 붙이고 화를 냈는지..

이 일이 있고나서
우리부부는 조금씩 놓기 시작했다.

"먹으면 안되는 음식"
"하면 안되는 행동"
이런 걸 찾는 대신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마침 근처 아파트 단지
야시장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밤공기가
차기에 두터운 옷을 입고 찾아갔다.

사실은, 매번 퇴근하고 누워있는

와이프가 가고 싶다 말할까봐
야시장이 열린다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와이프는

나와 함께 야시장을 가보고 싶어했다.

우리는 웃으며

푸드트럭과 현란한 게임들을 구경하며
먹고 싶은것을 하나씩 골랐다.

닭꼬치 한 개 , 어묵 한 개 ,
닭강정 소짜 한개

공원 큰돌에 철푸덕 앉아
한 입씩 서로 번갈아 먹었다.

"콩알엄마, 이건 짜다"
"오빠 이거 맛있다!!"

어느새 서로를 향해 웃고 즐겼다.
오랜만에 예비엄마,아빠가 아닌
두 청춘남녀의 데이트 였다.

100점짜리 부모는 없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아직 부모로서 50점 정도인것 같다.

하지만 50점이면 어떠한가.
둘이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으니
합치면 100점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100점보다 50점이
더 나을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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