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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이프 몰래, 아이와 통화시도

by 콩알아빠

4월

봄의 기운이 만개하던 날

우리 부부는 아이를 만나러 갔다.


이 시기는 병원에서 초음파로 보기 전까지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기다림 뒤에는 궁금함이 함께 온다.


가끔은 답답한 마음에

직통전화처럼

종이컵 두 개를 실로 연결해


와이프 배에 대면

아이가 잘 있는지 심장 소리도 듣고,

뱃속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말도 걸어보는 유치한 상상을 해본다.

(언제가는 와이프 잘때 꼭 몰래 해봐야겠다.)


기다림과 궁금함 속에서 세번째 진료일이 다가왔다.

진료실 앞 대기실에 있다보면

나에겐 익숙함보다는

설렘과 긴장이 먼저 찾아온다.


그리고 긴장감은 점점 커져

내 발걸음을 복도로 몰아낸다


한참을 진료실 복도를 서성인 끝에

간호사 선생님이 우리부부를 호명했다.

"콩알엄마 진료실 들어오세요"


"그동안 불편하셨거나, 몸에 이상 있으셨나요?"


"오늘은 주차를 확인해 볼께요"


와이프는 의례적인 질문을 받고

초음파실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보호자도 함께 들어올 수 있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정말 들어가도 되나?’

처음 산부인과 같이 방문한 날

모르고 무작정 같이 들어가려고 했다가

간호사 선생님의 당황한 목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교무실에 들어가는 학생처럼

쭈볏쭈볏 초음파실 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어두웠지만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방을 감쌌다.


긴장됐다.


다행히 지난번에 있었던 피고임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초음파 화면에는 우리 아이만 보였다.

“하….”

나도 모르게

안도의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사실, 지난 진료 때 의사 선생님의

“피고임이 있네요”라는 말 한마디는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날카로운 바늘처럼 콕하니 박혔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와이프에게

위로아닌 위로를 건냈다.

"위험한거면 약을 주시거나 말씀하셨겠지",

"별일 아니니까 그냥 말씀하신거야"라고

와이프를 위로했지만,


차안의 정적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가 몰아치는 날이였다.


그래서 이번 초음파 결과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었다.

방안을 울리는 아이의 심장 소리는

그동안 긴장과 불안 속에서도

잘 버텨주었다는

아이의 말 없는 칭찬처럼 들렸다.

와이프의 표정도 처음보다 한결 편안해졌다.


의사 선생님은 게임하듯 마우스를 열심히 딸깍딸깍 거리며 아이의 키를 재셨다.

“8주 2일 차네요.”

마치 판사가 판결을 내리듯

마우스 클릭소리가

‘땅, 땅’ 판사봉처럼 느껴졌다.


의사선생님은 우리에게

다음 챕터를 알려주셨다.

“이젠 4주후에 오셔도 될것 같아요.

그리고 니프티 검사도 생각하고 오세요. 4주후에 뵐께요"

와이프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병원에 나왔다.

.

향긋한 봄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그제서야 얼어있던

우리부부에게도 봄이 보였다.


벚꽃이 꽃비처럼

내리는 길을

와이프와 함께 천천히 걸었다.


가장 예쁜 벚꽃잎을

둘이 쭈그려 주워가며

산모수첩에 겹치지 않게

꾸욱..꾸욱.. 하나...하나

떨어질라 눌러 넣었다.




4월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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