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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기적 Sep 14. 2024

100일의 고백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만난지 100일째 되는 날

d-day 전 마음이 심란했다. 그간 싸운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나 서운한 감정이 쌓여온 채로 상대에 대한 정이 떨어진 상태. 괜시리 티를 내고 싶어 연락을 뜸하게 하기도 하고 연락을 해도 시큰둥하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100일째 되는 날의 데이트에서 마음의 결정을 말해주기러 했다.


만나기 전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헤어지기로.


나의 마음은 참 알 수가 없다. 몸이 떨어져서 안 보고 있을 때는 안 좋은 생각과 함께 흠을 잡다가도 막상 붙어있으면 마냥 좋기도 한게. 레드벨벳의 ‘psycho' 노래가 마치 나를 설명해주는 것같다.



그날의 데이트는 완벽했다. 날씨 마저도. 처음 타보는 이인용 커플 자전거를 함께 타며 겉으로는 행복해보였을지언정 속으로는 아련한 감정이 들었다. 맥주를 사들고 한강을 바라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 헤어짐을 뒤로 하고 싶었다. 먼저 말을 꺼내기 싫었다.


“그래서 해 줄 말이 뭔데?”

남자친구가 먼저 말문을 텄다.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선택하기를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마음에 상대도 힘들어 하는 것이 보였다. 끝내 말하고야 말았다.

이별을 선택했다고한들 나의 마음이야 편할리 없었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운 것이랬다. 그간 좋은 추억을 함께한 상대를 더 이상은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이별 후폭풍이 몰려왔다.

이별을 고한 순간, 모든 것은 마침표로 끝을 맽는다.


무거운 마음을 짊어지고 혼자서 울다가 잠에 들었다. 하늘의 저주라도 받은 듯 그날 악몽을 꿨다.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너무 무서웠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별을 고한 남자친구, 헤어진 것이니 전 남자친구라고 해야하나 일단은 ‘그’라고 칭하겠다.

그리고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질러 버렸다.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그것도 새벽 6-7시의 이른 시간에. 아침형 인간인 그가 깨어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걸었던 전화였다.

생각과는 전화 다른 반응에 나 역시도 당황했다.


“...왜?”

냉랭한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헤어진 다음날, 그것도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거는 내 행동은 이상한 것이 당연했다. 이때의 나는 무슨 판타지에 취해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고 친절하게 반응을 해줄 줄로 생각했던 것일까.

아마 상대방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했다면 다시금 붙잡아주기를 바랐던 것이었을지도.


사람의 존재감은 ’빈 자리‘에서 느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익숙함에 기대어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겼지만 그 사람이 더 이상 내 곁에 없을 때 나를 사랑해 준 존재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별이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의 ‘빈 자리’에서 느껴지는 존재감 때문에.


이별에게 호되게 당했다.

만남처럼 쉬울 것이라 생각했던 이별이었지만, 이별 후폭풍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사랑하는 순간과 이별하는 순간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사랑은 천국이지만, 이별은 지옥과도 같았다.


다시 그에게로 이끌렸다.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신중한 그의 태도에 나는 괜히 조급해졌다. 이른 아침의 전화였지만, 저녁에 대답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의 대답을 들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았다.

결국 또 다시 전화를 먼저 걸고 말았다. 그의 집까지 찾아갔다. 이러는 나의 행동을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마음이 하는 선택이자 행동이었다.


결국 우리는 100일에 마침표를 찍고,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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