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통해 배운 것들
연애가 가장 재미있을 때는 초반이다.
서로를 알지 못했을 때, 살아온 인생 이야기와 삶의 에피소드를 나누며 알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단계, 이사람과 내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재어보며 맞춰가는 단계
종일 이야기를 나눠도 할 말이 많을 만큼 밤새도록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때이다.
장거리 연애임에도 불구하고 연애 초반 차를 끌고 나를 보러 와줬고 데이트를 자주 했다. 설레면서도 애틋한 관계였다. 조금이라도 흠을 보이지 않게 단점을 감추면서도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나를 꾸미고 잘 보리려 노력했다.
‘사랑’의 힘은 강력했다.
연애 사실을 주변에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는 달라진 나의 모습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요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보여? 밝아 보이네.”
“요즘 좀 예뻐진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것, 어쩌면 나보다도 나를 더 이해해주고 포용해주는 남자친구가 나의 존재를 느끼게끔 해주었다.
하루종일 머릿 속에서는 남자친구만 생각났고 일하는 동안에도 데이트 할 날만 손꼽아 기다려지는 나날들이었다.
막상 상대를 만나며 알아가다보니 첫 인상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나보다 연상이어서 당연히 경험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상식의 지배에 불과했다. 오히려 상대방은 연애경험도 거의 제로에 가까운 모쏠이었고, 여행이나 사회생활 경험도 전무했다. 그러다보니 서툰 부분이 많았고 연애 스킬도 부족했다. 사소한 매너마저 하나씩 가르켜줘야했다. 처음에는 서툰 모습이 귀엽게도 느껴졌지만 내가 이런 것도 가르쳐줘야하나?라는 회의감과 함께 정이 떨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게 나였네 - 백예린
연애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만남이 지속되면서 서서히 불만과 오해도 쌓여져 갔다. 상대에 대해 기대와 바라는 게 많아지면서 실망도 커져갔다. 점점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왜 그렇게 행동하지? 에 대한 의문만이 커져갔다.
이 무렵 백예린의 그게 나였네라는 노래를 자주 들었다. 상대방을 만나면서 불만의 목소리에 대한 화살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모든 사람이 나의 기대에 부흥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때부터 나는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보다 내가 먼저 행동하기로 했다. 기념일에 선물을 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상대의 선물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상대를 후회없이 사랑하는 것, 이전 연애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이었다.
주는 것보다 받는 연애를 했을 때는 헤어지고 나서 후폭풍이 거셌다. 만났을 때는 당연하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헤어지고 나니 정말 나를 사랑했던 사람이었구나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만나는 동안 상대방에게 잘 못해준 게 한이 되어 후회의 순간들도 많았다. 그리고 다시 연애를 한다면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 잘 해줘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막상 생각과 실전은 달랐다. 다시 연애를 했을 때도 바라기만 했을 뿐 내가 더 사랑를 표현하거나 물질적으로 상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연애의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애는 내 모습을 바라 보는 거울이다. 연애를 하면서는 수 많은 감정들과 마주한다. 사랑, 슬픔, 분노, 서운함, 황홀함 등등... 다양한 감정들과 마주하면서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바라보면 나의 미숙함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사랑하는 상대이자 가장 편해진 상대에게 처음에는 엄마한테처럼 어리광을 부리면서 내 응석과 감정을 다 쏟아부어냈다. 이러한 어리숙한 행동은 20대 초반의 연애일수록 더 심했다. 나이도 먹고 경험도 쌓이며 한층 성숙해지면서 상대방과의 갈등은 좀 더 마주하고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