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
2025년 8월 28일. 한국을 떠난 날이다. 그럼 여행 1주, 일한 지 3주 정도 되었으니 벌써 한국을 떠난 지 한 달 정도가 되어간다. 내년이면 막둥이가 20살이 되어서 어머니는 육아로부터 해방이 될 예정이고, 거의 30년 동안 애만 넷을 키우시느라 쉬는 방법도 모르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독일에 왔다. 어머니는 두 달 동안 여기서 지내시면서 10월 21일 날에 떠나신다. 그동안 좀 여기서 쉬고 계시라고 모시고 왔다. 뭐 어머니가 계셔서 외로움을 덜 느끼고 집안일도 덜 하게 되기 때문에 덜 고생스러운 부분이 있다.
연구실에서 일을 할 때, Visiting Researcher라는 직위를 갖고 일을 하지만 현실은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독일어는 바라지도 않는다. 영어가 우선이어야 한다. 그나마 배운 영어로 말을 이해하려고 하고 말도 더 해보려고 하지만,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연구원들 앞에서는 점점 주눅이 든다.
초반 2주 동안은 독일말로만 스몰 토크를 하길래 왕따처럼 먼 곳을 바라보고 밥을 먹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묘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안 좋아진다. 독일말이라도 공부해야 하나 싶어서 듀오 링고를 설치했다. 밤마다 핸드폰 앞에서 중얼중얼 거리며 '나 영어도 못 하는데,,, 독일말 조금 해봤자 도움 되려나,,' 하고 마음이 식는다. 멘토가 신경이 쓰였는지 다른 연구원들 있는 방으로 방을 옮겨보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을 했다. 나는 그 제안에 고민을 하고 수락하며 방을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룸메이트 연구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그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영어를 참 막힘없이 잘한다.
외국인 스몰 토크가 참 발달되어 있는데, 주제가 정말 다양하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 이야기, 체스 이야기, 정치 이야기, 사촌의 임금 이야기 등등.. 스몰 토크가 시작이 되면 나도 함께 참여하고 싶은데,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멀리서 보면 스몰토크 여럿 하는 외국인들과 기분 안 좋아 보이고 인상 쓰고 있는 동양인처럼 보일 것이다. 사실 그 동양인은 그 스몰 토크에 참여하고 싶어서 최대한 이해하고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다.
조급한 마음에 퇴근을 하고 영어 공부를 해본다.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잘 넘어가지도 않고,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쉐도잉을 해도 한 번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언젠가 이 미국 드라마를 자막, 대본 없이 봐도 이해할 날이 오면,, 나도 지금 스몰 토크에 참여해 볼 수 있겠지? 생각한다.
내년 3월에 국내 대학원에 입학하고자 하였는데, 결과는 불합격이다. 내가 박사 학위를 하고자 했던 이유는 추후 프로젝트를 리딩할 때, 학위가 없으면 불리할까 봐 하는 마음이 크다. 박사 학위를 하기에 순수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순수한 의도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시작도 안 한 게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영어 실력을 키우면서 로보틱스를 현장에 쓰일 수 있도록 일을 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기도 하다. 마침 캐나다에서 로봇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선배가 있는데, 근황을 물어보며 연락을 했다.
이전 직장에 남아있는 게 나았으려나 싶기도 하고, 잘 온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영어를 더 잘했더라면 조금은 분위기가 달랐을까 싶기도 한다. 한 달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데, next step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내년 3월에는 백수 생활이 너무나도 자명해진다. 그러니까 더더욱 주눅 들지 말고 잘 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