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조급한 시기가 찾아온다. 왜 그런 시기가 찾아오며 왜 조급해할까. 무엇을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을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이 예전에도 있듯이 조급하면 일이 오히려 잘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리고 왜 그렇게 조급하다고 느꼈을까.
나는 운이 아주 좋게도 어릴 적에 원하는 목표를 빠르게 설정했다. 어릴 적부터 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대학에 진학할 때와 대학원에 진학할 때에도 로봇을 전공하며, 지금은 로봇 공학을 업무에 적용하면서 밥 벌어먹고 살고 있다. 오늘은 대학원생 시절 조급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대학원생 시절 나는 성과라는 욕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군대도 전문연구요원으로 해결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남자 기준으로 비교적 빠르게 대학원에 진학한 케이스에 해당되었고 실무적인 경험 또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했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개발 속도가 빠른 편에 속했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인구는 나이에 비해 참 잘하네'라는 말을 정말 좋아했었고, 그 말이 나를 인정해 주는 말처럼 들렸기에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성과를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고, 나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이유 중에 학사 취업으로는 좀 더 자기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지 못하기 때문인 것과 로보틱스 전공 지식을 좀 더 쌓고 싶어서가 이유이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을 했었고, 만약 석사 학위로 졸업을 한다고 한들 석사 학위자들 중에서는 최고의 아웃풋으로 졸업을 해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보고 싶었다. 나는 성과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내가 속한 조직과 지도 박사님께 인정을 받고 싶었다.
배에 소금이 많으면 침몰하듯이 욕심이 많으면 자기 자신이 침몰하게 된다. 욕심이 많았던 나는, 나 스스로가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느꼈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쟤는 나보다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내가 더 성과를 못 내는 것 같지..?' 지금 돌이켜보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여러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 채 고장 난 트럭을 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자존감 결여와 연결된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만족하지 못한 채 욕심을 계속해서 부렸던 것 같다. '좀 더 열심히 해야 해..', '이렇게 하면 안 돼..', '좀 더 분발해야 해..', '지금 멈추면 늦어..' 등등... 이런 생각들이 나의 뇌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고, 나는 나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나의 감정은 더 해내지 못했다는 좌절과 불안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혔었고 더욱 조급해했다. 위와 같은 과정들이 지속적으로 악순환이 되다 보니 감정만 악화되고 점점 더 조급해졌다.
인사이드아웃 2 포스터 (출처 :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아웃 2를 보면 '불안이'라고 하는 새로운 캐릭터가 나온다. 내용 중 불안이는 어느 것이던 잘 해내고 싶어서 욕심을 내고 결국 나를 망가뜨리게 되는 주원인이 된다. 영화 중 주인공은 본인을 잃으면서,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우울감에 빠진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고 내가 왜 예전에 그렇게 불안해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몰아내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끝없는 욕심으로 이어지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내가 처음 설정한 목표를 이루거나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면, 성취한 기분을 만끽하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설사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더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 설정한 목표치를 낮추고 다시 시도해 보는 건강한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망하는 것이 아니며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욕심을 내서 성과를 많이 달성하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내가 성장함을 느끼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과해지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채 낭떠러지로 몰아내기만 한다면 나라는 사람을 잃어버린 채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 결국 열심히 하고자 한 모습도 나 자신이고 욕심을 내는 모습도 나 자신이고 불안해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욕심을 내고 불안해하는 모습도 모두 나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를 보이면 어떨까.
결국 모든 감정과 생각들은 나 자신을 위해서 발생한 과정과 결과이기에.
물론 당연한 전제는 내가 창피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채 살아가면 어떨까. 열심히 했기 때문에 분명 배운 것은 있을 것이다. 과정 속에 있는 나를 사랑해 보자. 조급한 이유는 열심히 한다는 증거이고, 조급하더라도 불안해하지 말고 나를 사랑하며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