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해를 살면서 한 번도 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걸 한다고 하면 다들 비웃지 않을까?'
'그걸 하려면 정말 힘들고 어려울 텐데 내가 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만 하다 접어버리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가보면 항상 몸이 아프셨던 아빠를 보며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의사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힘들 것 같아 포기했다. 청소년기에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내가 키도 너무 작고 예쁘지 않아서 포기했다. 남들이 비웃을 거 같아 입 밖으로 꺼내보지도 못했다.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고, 나조차도 찾으려 애쓰지 않고 살다가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내라고 할 때 잠깐 고민하고는 했다.
상업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취업하려고 했지만 금융권 취업의 첫 번째 조건 '158cm 이상 용모단정'에 해당되지 못했기에 면접 한번 못 가봤다. 금융권보다 인기가 없었던 의류회사에 사무직으로 입사했다.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배운 주산, 부기, 타자가 필요 없는, 장부에 숫자만 적어 넣으면 되는 편한 직장이었다. 직장생활은 매우 지루했으나 함께 입사한 열명 정도의 동기와 어울려 다니는 재미로 다녔다. 3년 정도 다녔을 때 거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의류회사에 다닌 3년의 경력으로 전문대 의상학과에 입학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대학이었지만 그 2년은 내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공부라는 게 그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처음 알았고, 밤을 새우며 과제를 해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일단 나는 막내 디자이너가 되기에는 나이가 많았고, 디자인실에서 원하는 신입 지원자격 첫 번째 조건 '163cm 이상에 55 사이즈 피팅 가능자'에 해당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몇 군데 알아보고는 제대로 이력서도 넣어보지 않고 디자이너가 되기를 포기했다. 내가 그동안 꿈꾸며 열심히 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내 외모가 디자이너와 어울리지 않아서 안될 거라는 그들의 표정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겁이 났다.
나는 실패가 두려워 포기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6개월을 일하다가 대학 다니기 이전 직장 상사의 소개로 타 의류회사 사무직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 회사에 출근한 첫날 깨달았다. '이렇게 다시 되돌아오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고민 끝에 그다음 날은 출근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포트폴리오를 들고 열심히 면접을 다녔다. 마침내 신입이 피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청담동의 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신입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회사는 고급 부인복을 만들었는데,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직접 피팅을 하셨다. 게다가 이전 의류회사 사무직으로 있을 때 부자재를 다뤄봤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되어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디자이너 생활이 몇 년은 정말 즐거웠다. 어느 날부터인가 계속되는 야근, 스트레스, 사람들과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꿈을 잃었다. 결국 그냥 돈을 벌기 위한 직장생활이 되어버렸다. 결혼을 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는지 맞벌이를 원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꿈에 좌절한 30대의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고, 또 낳고 키우고, 이제 다 키웠나 싶을 때 또 하나를 낳았다.
다시 디자이너였던 때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면, 꿈이었던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쉽게 지쳐버린 이유가 뭘까? 그건 꿈을 꾸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인 것 같다. 흔히들 '꿈이 뭐야?'라고 물으면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그렇게 직업을 정하는 걸로 끝이 난다. 하지만 의사, 변호사, 연예인이 되면 꿈이 다 이루어진 걸까? 그게 가장 만족스러운 인생의 목표일까? 내가 단순히 디자이너라는 꿈을 꾸지 않고 더 나아가 어떤 디자이너가 되어 어떤 삶을 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면 그렇게 지쳐서 포기했을까?
나는 세계 유명인들이 가장 입고 싶어 하는 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될 것이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난민이나 아이들에게 옷과 희망을 나누는 사람이 될 것이다!
디자이너이던 시절에 그런 꿈을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갔었다면 하는 후회가 든다. 과거의 나에게 말해줄 수 없으니, 오늘의 나에게 말해 본다.
"나는 세계 최고의 ○○이 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의 꿈은 10년 후에 이루어진다. 아직 꿈이 무엇인지도 못 정했지만, 10년 후에 이룰 것이라는 목표는 정해두었다. 10년 후에 내가 꿈꾸는 그 자리에 가 있기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지금 한 생각을 내일도, 모레도, 1년 후, 5년 후에도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꾸준함이 내겐 필요하다.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님의 말이 생각난다. 마흔아홉이나 살면서도 나에게는 좋은 습관이 없었다. 정신없이 살아내기 바빴던 나의 일상에서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습관 하나를 정해 보았다.
모닝 루틴으로 명상 10분, 스트레칭 10분, 독서 30분
아침이 변하면 하루가 변하고 인생이 변한다고 했다. 오늘 나는 나의 꿈을 향한 10년 여정에 첫걸음을 뗀 것이고, 그렇게 한 걸음 한걸음이 모여 날마다 성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새로운 인생의 1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