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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18. 2022

 엄마는 꿈이 뭐야?

마흔아홉 살, 꿈을 찾기로 결심하다


엄마는 꿈이 뭐야?


일 년쯤 전에 딸이 내게 물었다. 내게는 나랑 마흔 살 차이가 나는 아홉 살 된 딸이 있다. 첫째가 여덟 살, 둘째가 여섯 살 때 계획에 없던 늦둥이 딸이 생겼다. 아이가 셋이라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다. 막내가 네 살 때부터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일 년 전부터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던져진 딸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초등학교 이후로 아무도 나에게 꿈이 뭐냐는 질문을 한 사람이 없었다. '엄마처럼 나이가 많고 아이가 셋이나 있는 아줌마는 그저 가족이 화목하고 너희들이 잘 자라 주는 게 꿈이란다'라고 말하기는 분위기상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딸은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히 누구나 꿈이라는 게 있을 거라는 말투로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공부를 하던 중 받은 질문이기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모아서 돌봐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고 싶어'라고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아~엄마 학교 만들 거야? 그럼 나도 도와줄게. 내가 선생님 돼서 아이들 가르쳐 줄게"

하면서 신나 했다.


사실 사회복지사 공부는 현재 직장(물류회사 사무직)을 계속 다니기 힘들 경우를 대비해 뭘 할까 생각하다가 노인복지가 미래사회에 유망 직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과연 노인들을 돌보면서 즐겁게 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고, 아이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 그런지 아동복지 쪽으로 관심이 생기고 있었다. 작은 관심으로 그렇게 말했을 뿐이데 딸이 내 말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지지해 주자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아동복지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격증 취득 후 아동그룹홈이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다달이 후원금을 내기로 하였다. 


현재는 사회복지 수업 전 과정과 실습을 마치고 자격증 신청만을 남겨둔 상태인데, 막상 자격증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쳤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삶보다는 현재 다니는 직장이 더 편안한 삶을 줄 것인데, 나에게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도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사명감이 있는가? 고민이 시작되자 포기를 선택했다.

'내가 그렇지 뭐... 실패보다는 포기를 선택하는 삶...'




그 후로도 가끔씩 그 말이 생각났다.

"엄마는 꿈이 뭐야?"

마흔아홉 살이 될 때까지 열심히만 살았지 꿈을 갖고 살지는 못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말이었다. 항상 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들만 바랬고, 딱 그만큼만 이루면서 살아왔다. 곧 오십이 된다고 생각하니 내 삶이 늘 제자리걸음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속상하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2022년 5월 8일에 나는 잠을 자다가 똥꿈을 꿨다. 똥꿈은 재물이 들어오는 꿈으로 꿈에서 똥을 더럽다고 느끼지 않고 몸에 묻혀야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꿈에 똥이 나오면 더럽다고 피하기만 해서 꿈을 깬 후에 안타까웠었는데, 그날은 똥을 묻히고 좋아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날 사둔 로또 한 장이 생각났다. 지하철역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보니 로또에 여러 번 당첨된 판매처라고 붙어 있었고, 나도 한번 사볼까 싶어 좀처럼 사지 않던 로또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어젯밤이 추첨일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숫자를 맞추었다. 하나도 맞지 않았다. '개꿈이었나... 꿈 이야기 아무한테도 하지 말고 오후에 나가서 한 장 더 사봐야지'


그런데 잠시 후 외국에서 초밥 도시락 사업으로 부자가 된 '켈리 최'라는 여성이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가진 것 하나 없이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너무나 감동받았다. 내가 그동안 꿈을 갖지 못했던 원인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꿈을 이루기에 늦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막 솟아올랐다. 내가 똥꿈을 꾼 것은 로또가 아니라 그녀를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영상을 보고 난 후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한테 끌고 와 준 여러 자기 계발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서, 나의 내면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음을 느꼈다. 내 마음의 소리가 '난 이미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다. 나의 남편과 세 아이들이 나의 로또다. 나는 로또에 네 번이나 당첨된 사람이고, 현실적으로 로또에 다섯 번이나 당첨될 확률은 거의 없으니 앞으로는 로또를 살 필요가 없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이룰 수 있는 꿈을 찾아라!'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조금 터무니없지만 나는 그렇게 꿈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너 사춘기 아냐. 곧 있으면 갱년기야. 아이가 셋에 직장까지 다니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 딴 것만 해도 대단한데 또 뭔 꿈 타령이야. 이제 애들 잘 크고 몸 아픈데 없으면 다행인 나이야."

내 주변 사람들이 해주는 이야기고, 솔직히 나의 내면도 일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갱년기에 접어든 아줌마가 어느 날 똥꿈 한번 꾼 거 가지고 꿈을 찾겠다고 들떠 있으니 좀 어이가 없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패할지언정 포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어느 책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몇십 년 후 자신의 꿈을 얼마나 실현하는지에 관해 관찰 조사한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의 꿈을 글로 적어놓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차이가 있었다. 자신의 꿈을 글로 적어 놓은 쪽이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 꿈을 찾는 과정을 글로 남겨 보려고 한다. 그런 내게 브런치가 눈에 띄었던 건 아마도 운명이 아닐까?


제일 먼저 남편에게 말했다.

"나 3개월 동안 꾸준히 글을 쓸 거야. 그리고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해 볼 거야!"

"오~멋진데. 내가 노트북 사줄게. 멋진 카페에 들고 가서 써봐."

역시 남편은 나의 로또가 틀림없다.

3개월 후에는 딸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싶다.

"엄마는 꿈이 뭐야?"

"응, 엄마의 꿈은 ○○이 되어서, ○○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거야~"

3개월 후 나는 빈칸에 어떤 글자를 적어 넣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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