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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Apr 03. 2023

초코송이, 애봉이 그리고 송혜교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긴 머리를 단발로 잘라달라는 내 말에 단골미용실 원장님이 재차 물었다.

"머리는 또 기르면 되니까요."

미용실 가기 직전에 내가 본 것은 드라마 '더글로리' 속 송혜교였다.


염색과 커트를 마치고 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 송혜교 언니 송애교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있다.

"단발도 잘 어울리시네요."

"네, 마음에 들어요."


가벼워진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다. 막내딸이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가 나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엄마 머리 잘랐어?"

"엄마 어때?"

나는 눈을 최대한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엄마, 초코송이 같아."

"야~ 너 안경 써야겠다. 엄마 삐졌어!"

방안에 들어가 거울을 봤다. 미용실에서는 분명 송애교였는데... 동글동글한 아줌마가 서있다. 미용실 거울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손님이 가장 이쁘다'라고 마법이라도 걸어놓은 것인가!


한숨을 쉬며 저녁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남편이 들어왔다.

"자기야!"

"말하지 마!"

남편의 얼굴을 보니 말하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뭔데?"

"아, 지윤이가 자주 보는 만화에 나오는 여자 있는데... 제목이 뭐드라..."

"혹시... 마음의 소리... 애봉이?"

"어 맞아."

"나 기분 나빠서 밥 안 할래."


머리를 핑계 삼아 저녁을 나가서 먹었다. 남편과 추어탕을 먹으며 소주를 한잔하고 벚꽃길을 걸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최대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자기야~ 나 정말 애봉이 닮았어? 이거 송혜교 생각하면서 자른 건데?"

"아... 생각해 보니 애봉이가 아니고 송혜교였어. 딱 송혜교다!"

늦게라도 눈치 챙긴 남편의 말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 나는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평소 안 찍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에 사진을 본다. 사진 속에는 송혜교 언니 송애교가 아닌 초코이+봉이+심하게 애 섞인 표정 = 송애교가 있었다. 휴, 머리는 기르면 되니까.


이미지 출처 : 네이트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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