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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n 23. 2023

엄마, 우리 집이 마라탕 맛집이야


"저녁 뭐 먹었어?"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들어온 중3 딸에게 물었다.

"마라탕"

"마라탕 자주 먹네. 맛있어?"

"응"

딸이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날, 가장 많이 먹는 게 마라탕이다. 그렇게 친구들과 자주 먹으면서 집에서도 마라탕을 먹고 싶다고 한다.


"엄만 마라탕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마라탕이 뭐 별거야? 그냥 막 넣고 끓이면 되지. 아빠가 해줄게."

마라탕을 먹어본 남편이 직접 만들겠다고 나섰다. 번개배송으로 생전 처음 보는 식재료들이 배달됐다. 분모자, 푸주, 건두부, 넙적 당면, 피쉬볼, 목이버섯, 숙주, 배추, 청경채, 고기, 마라소스 등 택배봉투가 엄청나게 쌓였다.


남편이 처음 끓인 마라탕은 너무 매웠다. 아린 맛이 강해서 아이들(고2, 중3, 초3)이 혀가 얼얼하다며 2리터짜리 우유를 다 비우고도 많이 먹지 못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사골국물로 끓이면 더 깊은 맛이 나고 매운맛이 중화된다는 걸 알게 됐다. 마라 소스도 여러 회사 제품이 있는데, 너무 아리지 않고 우리 아이들한테 딱 맞는 소스를 찾았다.


처음에는 맵다고 안 먹던 초3 막내딸이 어느 날부터인가 마라탕 맛에 빠지게 됐다. 남편은 1~2주에 한 번은 마라탕을 커다란 곰솥으로 끓였다. 마라탕에 넣을 수 있는 재료는 많지만 그중 아이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를 대량으로 주문해 쟁여놨다.


남편이 끓여주는 마라탕은 주말에만 먹을 수 있는데, 아이들이 당장 먹고 싶은 걸 꼭 주말까지 기다리라고 할 수 없어서 마라탕 전문점에 가서 사 먹은 적이 있다. 원하는 재료를 직접 골라 커다란 볼에 담아 무게를 재고 매운 단계를 선택하고 앉아서 기다리니 끓여서 가져다줬다. 막내딸은 0.5단계를 선택했는데도 아린 맛이 강해 맵다며 별로 먹지 못했다. 그리고 많이 담은 것 같지도 않은데 한 그릇에 1만 원이 넘는 가격을 보며 집에서 푸짐하게 끓여 먹던 생각이 났다.


남편한테 마라탕 비법을 전수받았다. 사실 별로 비법이랄 것도 없고 마라 소스 외에 라조장을 조금 더 넣고 푹 끓이는 거다. 사 먹는 마라탕은 살짝 끓여주던데, 우리 가족들은 푹 끓이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 채소와 피쉬볼이 국물에 더 깊은 맛을 내주고 재료들에 간이 밴다.


"엄마가 끓인 마라탕 어때? 맛있어?"

"응. 사 먹는 거보다 더 맛있어. 우리 집이 마라탕 맛집이야."

초3 딸은 박수를 치고 엄지 척을 하며 맛있게 먹었다. 마라탕은 특별히 요리를 못해도 칭찬받을 수 있는 요리다. 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먹다 보니 나도 어느새 마라탕이 좋아졌다.


어제 마라탕을 실컷 먹은 막내딸에게 오늘 아침에 물었다.

"우리 오늘 저녁에 뭐 해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마라탕!"

"어제 먹었잖아."

"난 매일 먹을 수 있어."

나는 오늘 저녁에도 마라탕을 끓일 예정이다. 딸의 행복한 모습을 또 볼 생각에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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