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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Aug 21. 2023

브런치를 멈추고 둘러본 글쓰기 시장

타사 글쓰기 플랫폼 이용 후기

브런치를 멈추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폰에 깔린 브런치 앱을 지우는 거였다. 틈만 나면 들락거리던 공간이 사라지니 약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종일 어딘가 간질간질한 느낌이다. 금단 현상인가.


남편과 브런치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브런치가 회사라고 생각해 보자. 브런치는 작가뿐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돈이 안 되는 플랫폼이잖아. 처음에 어떤 의도로 시작됐든 간에 현재 어떤 성과가 필요하다면 변할 수밖에 없지. 아마 이게 끝이 아닐 거야."

남편의 말에 공감한다. 작가의 수익을 위해 변화를 꾀했다는 건 브런치에도 수익이 안 되는 이 골칫덩어리를 어떻게든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크리에이터라는 명칭이 붙은 작가와 붙지 않은 작가의 차이점이 수익과 무관하지 않음이 느껴졌다. 소설을 쓰는 작가가 맛집 분야 크리에이터가 됐다면 그의 글 랭킹 1,2위에 맛집 관련 글이 있을 것이다. 브런치팀에서 중요하게 본 건, 이 작가가 어떤 글로 다음 메인에 노출되었고 어느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는가 하는 것이라 짐작해 본다.


브런치에도 언젠가 광고가 붙을 수 있고, 그래도 돈이 되지 않는다 판단되면 플랫폼 서비스를 종료할 수도 있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뭔가? 브런치가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브런치를 떠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 적응하자. 


브런치의 변화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하고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브런치에만 글을 썼다. 다른 플랫폼을 들여다보지 않은 건 순전히 게으름 탓이다. 몇 개의 플랫폼에 가입을 하고 글을 발행해 봤다.



1. 창작의 날씨

교보문고에서 운영하는 창작의 날씨는 별도의 작가 선정 과정은 없다. 나는 그걸 모르고 최대한 나를 어필하는 소개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 소개란에 브런치에서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돼 활동하고 있는 윤아람입니다,라고 썼다. 브런치의 입맛에 맞게 나눈 분류표일 뿐이라더니, 이런 내가 우습지만 나는 브런치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취향에 관한 글을 쓰는 에세이 챌린지를 하고 있어서 브런치에 발행했던 주제로 새롭게 써서 두 편 발행했는데 조회수가 6이다. 내 글뿐 아니라 다른 글들도 조회수가 많지 않다. 브런치에 비해 글 쓰는 화면도 매우 불편하다. 


두 편을 써놓고 한숨 쉬고 있을 때 어떤 분이 내 글에 긴 댓글을 달아주셔서 힘이 났다. 내가 그동안 브런치에서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내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분들 덕분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2. 헤드라잇

휴대폰에 헤드라잇 앱을 깔았는데 거기서는 글을 쓸 수 있는 화면이 안 보인다. 4월에 받은 헤드라잇 대표의 메일을 찾아서 창작자 신청 방법을 읽고 사이트로 들어갔다. 브런치에 발행한 글 중 세 편을 헤드라잇에 발행하고 창작자 선정을 기다렸다. 그런데 창작자 선정이 되지 않았는데도 내 글이 앱에서 바로 확인됐다. 


카톡으로 문의하니, 창작자 선정 절차가 없어졌다는 답이 왔다. 대신 수익금을 정산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다. 구독자 50명 이상, 누적 시청시간 30시간을 채워야 가능하다고 한다.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낯익은 작가들이 많아 반가웠다. 구독자 50명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시청시간 30시간이 과연 가능할까? 얼마나 글을 올리고 기다려야 조건이 충족되고 수익금을 받아볼 수 있으려나... 역시 돈 버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일주일에 올릴 수 있는 글의 수에 제한이 있다. 10편까지 가능하다. 다섯 편을 올리고 보니, 올린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글이 보였는데 몇 시간 뒤에는 내 글이 안 보인다. 글이 위쪽으로 올라가는 순서는 조회 순인 것 같다. 내 글이 많이 클릭되게 하기 위해 최대한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드라잇 앱 왜 이렇게 느려? 검색하고, 클릭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검색을 하면 로딩이 걸린 상태로 화면이 보이지 않거나 외부 이동 중에 앱이 아예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단순 독자라면 굳이 헤드라잇에 들어와서 인내하며 글을 읽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3.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는 글쓰기 플랫폼은 아니지만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작가가 아닌 기자이기 때문인지, 필명이 아닌 본명으로 표기된다. 별도의 선정 절차가 없는 대신 기사에 대한 편집부 에디터의 검토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검토 후 정식 기사로 채택되야만 글이 화면에 노출되고 원고료를 받을 수 있다. 정식 기사가 되지 못한 글은 '생나무글'이라는 곳에 따로 모여진다. 


글을 타 사이트와 동시게재 할 수는 있지만(다른 곳과 동시에 올리는 것을 표기해야 함), 과거에 다른 곳에 발표했던 글을 게재할 수는 없다. 브런치에 썼던 글 중 하나를 각색해서 올렸는데 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못하고 생나무글로 분류됐다. 기분 나빠서 바로 삭제했다... 하, 자신감 급 하락.


그날 오후에 타 플랫폼에 올리려고 새로 쓴 글이 생각나서 그 글을 편집부에 보냈다. 첫 글은 에디터의 검토가 끝나기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번에는 밤늦게까지 검토 중이라고 떠있다. 기사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어 오래 걸리는 건가 은근 기대가 됐다. 


다음 날 아침, 와우~ 내가 보낸 글에서 제목이 조금 바뀌고 본문에 문단나누기가 달라져 기사로 올려졌다. 기사 채택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버금'이다. <사는 이야기>란 맨 위에 떡하니 올라간 내 글, 이 화면에 새로 올라가는 글은 하루 2~3편이라 내 글이 며칠 동안 상위권에 보였다. 조회수 2000명, 원고료 15,000원, 신난다~


원고료는 지면 기여도(기사가 올라가는 위치)에 따라 오름, 으뜸, 버금, 잉걸 등으로 나뉘며 60,000원 에서 2,000원까지 다르게 지급된다.



4. 밀리로드

밀리로드를 하기 위해서는 밀리의 서재에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유료 구독을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다. 


'밀어주리'라는 제도가 있다. '밀어주기'가 많은 글은 출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인기 작가 혹은 인기인의 글이 밀어주리를 많이 받았다. 일반 작가의 글과는 확연한 차이의 밀어주리 숫자.


밀리로드는 밀리의 서재와 함께 있어서 너무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밀리로드가 아닌 밀리의 서재 포스트에 글을 발행했다. 왜 내가 발행한 작품이 없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보니 엉뚱한 곳에 글을 써놔서 삭제하고 다시 발행했다. 글을 쓰는 화면은 브런치와 비슷하게 깔끔하고 보기 편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창작의 날씨, 밀리로드, 투비컨티뉴드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밀리로드가 가장 마음에 든다. 밀리로드에 발행할 생각으로 소설 한 편을 쓰기 시작했다.



5. 투비컨티뉴드

알라딘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여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글을 올린 작가의 조회수와 글을 읽고 응원하기를 누른 독자에게 정산을 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글 중간에 유료게시선이라는 걸 넣을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돈 내고 보세요,라는 표시다.


창작의 날씨에 발행한 글을 발행해 봤다. 글 쓰는 화면은 창작의 날씨와 비슷하게 불편하다.


낯익은 작가명이 보여 들어가 봤다. 브런치 연재작가로 선정돼 브런치에 집중하기 위해 여기저기 글을 올리는 게 효율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계정을 접는다는 글이 보였다. 


나도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여러 곳에 글을 올리는 게 노력에 비해 성과는 별로일 거라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수익을 정산해 주겠다는 플랫폼. 나처럼 시간 쪼개가며 겨우겨우 글을 쓰는 사람이 인터넷 공간에서 글만으로 돈을 벌기는 힘들다. 수익을 원한다면 글이 아닌 다른 것들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함이 보인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면 다른 곳에 들어가 보니 정글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글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지만 쓰겠다는 사람은 늘고 있다. 그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글쓰기 플랫폼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나름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언젠가 브런치를 능가하는 글쓰기 플랫폼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 플랫폼은 브런치다. 


내 글이 진짜라면 어느 플랫폼에 글을 쓰든 빛이 날 것이니 이런저런 쓸데없는 고민을 할 시간에 좋은 글을 쓰는데 힘쓰기로 다짐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쓰기 플랫폼이 생겨나길, 브런치가 더 완벽한 글쓰기 플랫폼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보고 싶었어요~~ 원래 9월 1일에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여행이 재미가 없어서 빨리 왔습니다. 제가 멈춰있는 동안에도 글을 읽으러 와주시고 라이킷과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 취소 안 하신 분들, 새로 구독해 주신 분들 사랑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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