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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Sep 15. 2023

즐겁게 책 읽는 방법을 찾았다

2주 동안 일곱 권의 책을 읽으면서


120일간 글쓰기 관련 책 30권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4일에 한 권씩 읽으면 된다. 할 수 있다!


일주일정도 지나서 생각해 보니 평소 2주에 한두 권 겨우 읽는 내게 너무 무리한 목표였다. 할 수 있을까?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다. 하는 데까지 해보자.


대신 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세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오겠다는 계획은 수정했다. 재택근무 중이라도 근무시간에는 일이 우선이어야 한다. 오전에 업무 전화가 오는 일이 잦았다. 처음 이 결심을 한 게 집밖으로 나가기 위함이었으니 일단 옷을 갈아입고 도서관 앞까지 걸어갔다. 급한 일이 있는 날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 업무를 하다가 오후에 책을 읽었고, 급한 일이 없는 날은 도서관에서 읽었다.


2주 동안 글쓰기 책 4권과 소설 2권, 자기 계발서 1권을 읽었다. 글쓰기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나 저자에게 배우고 싶은 점을 기록했다.


1.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김호연

시나리오 작가에서 시작해 소설을 쓰기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글쓰기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면서 이렇게 별거 아닌 내용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다니, 참 쉽게 쓴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던 게 미안했다. 그는 정말 처절할 만큼 실패를 많이 겪었음에도 끈질기게 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전업작가로서의 많은 경험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글에 대한 열정으로 오랜 시간을 버텨온 작가의 생존기라 할 수 있다. 그의 꿈을 응원한다.


2.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서) - 이윤주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의 친구와 차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다. 힘든 일이 생기면 '괜찮아, 이따 집에 가서 글을 쓰면 돼'라고 생각한다는 이윤주 작가. '맞아, 나도 글을 쓰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어, 혹은 느끼고 싶었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3.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수정본 = 초고 -10%

불필요한 단어를 생략하라.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스티븐 킹은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늘 글을 썼다. 생활고로 시달리며 세탁부로 일하면서도 세탁실 한편에서 글을 썼다. 그는 글을 쓰면서 행복을 느꼈다. 술과 마약에 빠지기도 했고 교통사고로 죽을 뻔하기도 했지만 그는 여전히 글을 쓴다. 1947년생이면 내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은데 고등학생인 내 아들이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4.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다혜

처음에는 좀 지루해서 그만 읽을까 했는데 뒤로 갈수록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여러 가지 글 쓰는 방법과 꾸준히 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퇴고하기에 대해 정리한 부분을 기억하기 위해 메모한다.(p.197)

1) 나는 하고자 하는 말을 썼는가
2) 원하는 정보 혹은 감정이 잘 전달되는가
3) 도입부가 효율적으로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나
4) 주술호응이 잘 맞나
5) 고유명사는 맞게 들어갔나 / 인용은 정확한가
6) 도입부가 길지 않은가 (한 단락을 지워본다)
7) 마지막 단락이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몇 문장을 지워본다)
8) 제목은 본문을 읽고 싶게 만드는가
9) 반복되는 표현, 습관적으로 쓴 단어(특히 부사와 접속부사)는 없는지
10)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다. 소리를 내서 읽어도 좋다.


지치지 않고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가장 큰 힘은 누군가 읽어준다는 믿음이다. 나아가서는 누군가가 내 글을 좋아한다는 믿음이다. 이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내 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설령 글이 팔리지 않고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나날에조차 언젠가는 읽히리라고 믿어야 계속 쓸 수 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P.232



세 번째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부터 계속 글쓰기 책만 읽는다는 게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읽는 방법을 바꿨다. 여러 가지 책을 돌려가며 읽는 거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자기 계발서인 <역행자(자청)>,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를 함께 읽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를 읽을 때는 소설 <고래(천명관)>와 번갈아가며 읽었다.


전에는 한 권을 다 읽어야 다른 책으로 넘어갔다. 조금 지루한 책을 읽다가 덮고는 다음 책을 펼치지 못하는 공백기간이 길었다. 그런데 여러 권을 동시에 읽으니 지루할 틈이 없고 독서량이 많이 늘었다. 


빌려온 책의 반납일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집중해서 읽는데 도움이 됐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은 총 다섯 권이지만, 같은 구내에 있는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아 상호대차 신청을 하면 그 이상도 빌릴 수 있다. 상호대차는 타 도서관의 책을 내가 원하는 도서관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리브로피아' 앱을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책이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도 하고 예약도 한다.


12월 24일까지 글쓰기 책 30권을 읽으면 사기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서울 공연 티켓이 오픈됐다. 공연은 11월 말부터 3월 초까지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서 VIP석 티켓을 꼭 사야지.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느꼈던 오래전 어떤 날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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