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남편이 틀어놓은 선풍기 앞에서 '춥다'는 말이 나왔다.
어느새...
학원 수업을 마치고 밤 열 시에 들어온 아들에게 저녁에 남겨둔 치킨을 내밀자 좋아한다. 아들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기어이 참았던 잔소리를 쏟아내고야 말았다.
"너 요즘 외모에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니니, 학생이 무슨 펌이야. 네가 지금 그런데 신경 쓸 때야?"
아들이 치킨을 먹다 말고 일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좋아하는 치킨을 남겨두고.
아들이 며칠 동안 내게 먼저 한 말, 아니 문자라고는 '용돈 주세요'.
뚱한 목소리로 인사만 겨우 하고 왔다 갔다 하는 아들.
꽃게탕도 됐다 하고 비빔밥도 안 먹는다 하니 아들의 눈치가 보인다.
어느새...
어느새 넌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주기 힘든 나이가 됐구나.
어느새 내가 너의 눈치를 보게 됐구나.
빗소리가 유독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