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인지심리학자 김경일교수가 진행하는 <지혜의 밤>이라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방청객으로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언니가 일하는 보험사에서 협찬하는 방송이라 응모를 했는데 내가 당첨이 된 거다.
나는 방청객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튜디오 앞에 가보니 정말 작은 공간이었고, 진행자와 게스트가 앉는 소파 앞에 접이식 의자 여덟 개가 놓여있었다. 뭐야? 방청객이 달랑 여덟 명? 언니랑 나처럼 둘씩 왔다면 딱 네 명이 당첨된 거네. 이걸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너무 부담스러워. 괜히 왔나 봐.
오기 전에 담당 작가가 몇 번이나 문자를 보내고 전화까지 걸어 확인했으니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시간이 남아 차를 한잔 마시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김경일 교수와 게스트 두 분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김경일 교수의 바로 앞에 앉았다. 스탭이 다가와 이야기를 해주는데 얼굴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방송 도중 질문을 하는 일도 없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러운 리액션, 웃음, 뭐 그 정면 되는 자리였다. 괜히 졸았다.
게스트로 나온 분은 신발사업으로 유명해진 금융연구소 김동환소장과 농구감독으로 은퇴 후에 고려용접봉에 입사한 기업인 최희암 부회장이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하나 둘 내게서 멀어지고 이제 나는 뭘 해야 하나, 이 허전함을 어찌 채워야 하나 고민을 하는 내게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오늘 만난 분들, 다른 사람들이 쉬려고 할 때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분들의 특징은 계산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주어진 일 앞에서 일단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행동하는 것.
나이가 들 수록 변화가 두렵다. 시간은 많아지는데, 그 시간을 자꾸만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내 것이 될 수 없는 욕망으로 채우려 한다. 나는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한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는 걸 잊어버린다.
오늘도 집안이 조용하다.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 나를 채워가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