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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Dec 14. 2023

거절당한 글을 다시 썼더니 생긴 일

일주일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냥 쓰고 싶지 않았다. 작년 7월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은 건 처음이다.


일주일 만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9월 말에 누수 사고가 나고 청구한 보험금을 드디어 받았기 때문이다. 거의 3개월간의 일을 쓰다 보니 할 말이 많았다. 글을 브런치에 발행하기 위해 준비해 두고, 그 글에 처음 누수사고가 났을 때의 일까지 더해 <오마이뉴스>에 송고했다.


오마이뉴스에 보낸 글에는 누수탐지업체를 부를 때의 주의점,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대한 정보, 이웃과 웃으면서 문제를 해결한 훈훈한 이야기까지 들어있으니 분명 좋은 기사감이라고 생각했다.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잠시 후에 보니 내 글이 생나무글 판정을 받았다. 아니, 왜? 내가 왜?


생나무글 판정을 받았다는 건, 글이 기사화될 수준이 못된다는 뜻이다. 불쾌한 기분으로 삭제 버튼을 눌렀다. 몇 시간을 공들인 글이 날아가 버렸다. 나 오늘 하루 종일 뭐 한 거니? 허탈한 마음으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오후 네시였다. 아침에 일어나 집안을 정리하고 글을 쓰다가 점심을 먹고 계속 글을 썼다. 그런데 그 글이 수준 미달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 동안 글을 안 써서 멍청이가 된 건가? 아니, 이제 정말 그만 써야 되는 건가?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일단 브런치에 발행하려고 써 둔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했으니 하루가 다 날아간 건 아니다.

돈 빌려달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안 주세요? (brunch.co.kr)


오마이뉴스 편집 기자로부터 쪽지가 온 걸 뒤늦게 봤다. 내 글이 기사화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적어 보내주셨다. 3개월 전에 있었던 일을 써두는 것으로는 기사가 되기 어렵고, 보험사 업무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기사화할 만한 내용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는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을 글의 연료로 삼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드러날 때 기사가 되는데, 이글에서는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지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 정곡을 찔렸다. 그건 나도 느꼈던 부분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뭐지? 할 말은 많은데 핵심이 뭐야? 부끄럽고 감사했다. 이제 이유를 알았으니 다시 써보자!


3개월 전 누수사고 후 누수탐지업체를 불렀던 일 빼고,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 처리가 늦어졌던 일 빼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누수 사고 처리 과정에서 아래층 어르신께 느꼈던 감사한 마음과 웃으면서 일처리를 해낸 일이다. 다른 부분들을 다 빼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써서 다섯 시가 넘어 다시 송고했다.


한 시간쯤 뒤에 내가 보낸 글이 잉걸 기사로 채택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휴, 다행이다.


다음 날 보니까 조회수가 8천이 넘었다. 전에 오름 탑기사로 배치된 기사보다도 조회수가 높다. 잉걸로 채택됐는 줄 알았는데, 으뜸으로 등급이 올라가 있었다. 인기글 30위 안에도 들어가 있고, 좋아요 숫자도 많다.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하루가 날 날아가게 한다.



https://omn.kr/26qg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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