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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Dec 28. 2023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달라는 쪽지를 받았다

며칠 전에 오마이뉴스 에디터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에디터입니다. 혹시 기사를 하나 써봐 주실 수 있을까 싶어 쪽지 드려요. 요즘 '시체 관극' 얘기가 화제가 되고 있어서요. 뮤지컬이나 공연을 자주 보신다던 기억이 있는데, 혹시 관련해서 써주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급하지는 않으니, 하실 말씀이 있는지, 기사로 기고가 가능하실지 한번 보고 알려주세요. 혹 생각하는 거리가 있다거나, 쓰는 게 가능하시다면 2-3천 자 내외로 써서 기사로 넣어주시면 꼼꼼히 검토하겠습니다. 아니어도 당연히 괜찮고요. 편안한 연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에디터 드림.


아니긴요, 당연히 좋죠. 당장 쓸게요!


내가 오마이뉴스에 처음 쓴 글이 점심값을 모아 매달 뮤지컬을 보러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몇 개월 전에 쓴 글인데 그걸 기억하고 내게 쪽지를 보낸 것이다. 이 쪽지를 읽고 마음이 설레서 잠을 설쳤다.


https://omn.kr/258ym


다음 날 아침에 '시체 관극'에 대해 검색해 봤다. 비싼 뮤지컬 공연을 시체처럼 소리 없이, 조용히 관람해야 하는 문화를 일컫는 말이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그런 용어를 만들어 낸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뮤지컬 공연을 다니면서 그런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너무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거슬리는 경우가 많았다. 인기 뮤지컬의 경우 비싼 관람료를 떠나 티켓을 구하기조차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간절히 보고 싶었던 공연인만큼 공연에만 집중하고 싶고, 방해받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다. 내 생각들을 정리해서 글을 써서 보냈다.


내가 보낸 글이 에디터의 손을 거쳐 기사가 됐다. 원래 보낸 글보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글이 됐다. 나는 글을 쓸 때 군더더기 없이 최대한 간결하게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결론적으로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https://omn.kr/26uex


내가 쓴 글이 기사가 되는 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내가 너무 한쪽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더 신중하게 생각한다.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와 도를 넘는 관심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사실이 중요하다고 해도, 내가 쓰는 글이 온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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