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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an 28. 2024

실수에서 얻은 건 뱃살만이 아니다

지난 요일에 발행한 <'제로'음료를 꾸준히 먹은 아이의 충격적인 혈액검사 결과>라는 글을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다. 오마이뉴스에는 <초3아이 '전당뇨'만든 주범... '제로'에 속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발행됐다.


오마이뉴스에 발행된 글을 다음날 아침에 보니 댓글이 8개나 달려 있다. 쎄하다. 댓글을 확인하기가 겁이 났다. 역시나 무시무시한 댓글이 좌라락 달려있다.


그 글의 본문 내용 중에, 아이가 전당뇨라는 말을 듣고 걱정인형인 된 내가 '우리 애가 제1형 당뇨, 맨날 인슐린 주사 맞고 그런 병이면 어쩌지?'라고 걱정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제1형 당뇨랑 음료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썼냐', '제1형 당뇨인을 놀리는 거냐', '힘든 제1형 당뇨인을 두 번 죽이는 글이다'...


글 전체 내용을 보면 내가 그런 의도가 아님을 알 수 있을 텐데, 제1형 당뇨라는 단어에만 딱 꽂혀서는 날 물어뜯고 있었다. 제1형 당뇨인 카페에서 내 글을 공유해 본 건가 싶을 만큼 똘똘 뭉쳐 나를 공격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댓글에 일일이 대응을 하고 싶지는 않고, 그 부분을 삭제하자니 글을 쓸 때마다 이런 말들에 휘둘리면 안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삭제였다. 계속 그런 댓글이 달릴 수도 있고, 그 부분이 본문에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라서 삭제하는 편이 나을 거라 판단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에 쪽지를 보내 그 부분을 삭제해 달라고 했고, 곧 삭제됐다.


8개의 댓글을 다시 읽어봤다. 내가 정말 그분들께 상처가 되는 글을 쓴 건 아닐까? 아무리 내가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했다는 걸 말하고 싶어 그 단어를 쓴 거라고 해도,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에 꼭 들어가야 할 말도 아니었는데, 내가 너무 말이 많고 경솔했다.


브런치에 올린 글은 다음과 브런치 메인에 걸려 조회수가 7천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그런 댓글은 달리지 않았다. 다만, 2형 당뇨지만 제로 음료를 마셔도 혈당이 오르지 않더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걸 보고 '내가 2형 당뇨인 분보다 제로 음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나?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알아보고 쓴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고 미워져서, 발행 취소 버튼을 눌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글인데 상처만 같았다. 어떤 악플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글을 그만 써야 하나 싶을 만큼.


이럴 땐 생각을 더 하는 것보다 술 한잔 마시고 자는 게 낫다. 요즘에 뱃살이 너무 늘어서 술을 자제하려고 했는데 지금 날 위로할 수 있는 건 술뿐이다.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막걸리를 마시고 푹 잤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생각했다. 이 실수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배움을 얻었으니 다음에 더 잘 쓰면 된다. 난 실수한 거지 실패한 게 아니다. 이번 일로 글쓰기를 망설인다면 그거야 말로 실패다!


제로 음료가 당뇨에 안전하지 않다는 자료를 더 찾아보고,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불분명한 부분을 고쳐 글을 다시 발행했다.


이번에 배운 점 :

1. 병명이나 사고 같은, 누군가에게는 큰 아픔일 수 있는 단어는 본문에 꼭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쓰자.

2. 글을 쓰기 전에 자료 조사를 충분히 하고, 그에 대해 확신이 있다고 판단될 때 쓰자.


실수에서 얻은 게 뱃살만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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