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품은 아이
푸르른 산봉우리와 맑은 강물로 둘러싸인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한 아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한 생명의 탄생은 언제 어디에서나 고귀한 일이지만 작은 시골 마을에서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그야말로 온 동네잔치를 벌입니다.
이 특별한 아이의 이름은 할아버지가 손수 지어주셨습니다.
‘별이’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환하게 빛나는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할아버지는 그때 어쩌면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빛나는 별 하나가 간절히 필요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할아버지는 위암 선고를 받으셨고 그러면서 별이의 가정은 급격히 어려워졌습니다. 보험도 없던 시절이라 말 그대로 집안에 암 환자가 생기면 집안 전체가 망한다는 그 시절이었습니다.
할머니와 부모님이 열심히 죽어라 뙤약볕에 농사를 지어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었습니다. 그나마 조금 있었던 재산도 전부 사라지고 빚만 하루하루 늘어갔습니다.
그때 태어난 별이는 유일한 가정의 빛이었고 가족들에게 끊임없는 웃음과 행복만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정말 찰나였습니다.
별이가 태어나고 약 일 년 뒤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별이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한쪽 다리를 잃으셨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 뒤 할아버지마저 빚만 남긴 채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한순간에 남편과 며느리를 잃었고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와 하나뿐인 아내를 잃었습니다. 고작 2년 안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그러나 할머니와 아버지는 잠시, 아주 잠시 동안만 슬퍼했습니다. 그러고는 금세 다시 별이의 할머니와 아버지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정말로 슈퍼맨이었을까요.
그 이후로 할머니와 아버지는 밤이건 낮이건 뙤약볕 아래건 쉬지 않고 농사일을 했습니다. 정말 죽어라 열심히요. 그게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별이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어느덧 별이가 네 살이 되었고 그해에 별이의 작은아버지가 할머니, 아버지와 심각한 상의를 했습니다. 내용은 별이를 작은아버지 댁인 대도시로 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애를 여기 시골에서 평생 바보로 만들 셈이에요? 배우지 못하면 우리처럼 똑같이 살아요. 얘는 그렇게 살게 하면 안 되잖아요.”
작은아버지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밤낮없이 농사일에 전념하느라 별이의 교육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별이가 살기에 시골집은 춥고 낡고 불편한 공간임엔 틀림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별이를 작은아버지와 대도시로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강인했던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뒤에는 얼마나 더 수많은 눈물들이 있었을까요.
그렇게 별이는 작은아버지 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며 더 나은 교육을 받으며,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별이는 선생님 말씀도 작은아버지 말씀도 잘 듣는 착하고 순한 아이였습니다.
아무도 별이가 매일 밤 소리 없는 눈물로 밤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별이는 혹여 슬픔이 문틈 사이로 새어나갈까 소리를 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3년간 꾹꾹 눌러 담았던 별이의 눈물이 새어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할머니가 별이에게 던진 한마디에 3년간 참았던 단단했던 마음들이 무너져버렸습니다.
“별이야,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 말씀 잘 듣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잘 지내고 있지?”
잘 지내고 있냐는 이 한마디 물음이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3년간 단 한 번도 별이에게 묻지 못했던 말이었습니다.
할머니도 이 한마디를 3년간 꾹꾹 눌러 담았었나 봅니다.
결국 별이의 눈물을 시작으로 할머니와 아버지의 눈물까지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별아, 그냥 시골에서 할머니와 살래? 좀 부족하더라도, 좀 모자라더라도 할머니랑 살래?”
“응, 나 그러고 싶어. 시골에서 할머니랑 살고 싶어.”
별이는 그렇게 다시 작은 시골 마을로 오게 되었습니다.
별이와 할머니, 아버지는 그렇게 살아갔습니다.
함께 울고, 웃고, 나누며, 때론 슬퍼하며 그렇게 살아갔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별이라는 작은 빛으로 서로를 품어주며 그렇게 따뜻하게 살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