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눈

진눈깨비

by 푸른검정색


나는 강원도나 산간 지역에 사는 것이 아니기에 3월에 눈을 보는 일이 흔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산처럼 눈을 보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나에게 겨울이란,
눈이 오기를 매년 기다리면서도, 차가운 칼바람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계절이다.

어제오늘, 나는 3월에 내리는 눈을 보았다.
언제나처럼 흔한 눈이지만, 운전을 하는 내게는 그저 불편할 뿐인 이 눈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당신이 떠올랐다.

함박눈이 아름답다고 말하던 당신.
지금 내리는 이 3월의 눈이 이렇게 예쁜 줄, 당신은 알고 있을까?

세상을 덮는 함박눈은 장관이지만,
3월의 눈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물론 그 선물이 누군가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도, 혹은 힘든 하루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오늘 내린 3월의 눈은 뜻밖의 선물이다.

언제나 3월의 눈은 함박눈이 될 수 없다는 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진눈깨비는 그저 길을 미끄럽게 하고, 질척거리게 만들며, 신발을 더럽힐 뿐이지만
3월의 눈은, 그저 '눈'이라는 사실만으로 나를 설레게 하고
끝난 줄 알았던 겨울을 다시 기다리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일깨운다.
올해의 봄은 작년보다 더 무탈하기를, 당신을 생각하며 나는 3월의 눈을 맞는다.

함박눈이 되어 당신을 하얗게 덮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여,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다.
그래도 당신의 겨울 끝자락, 예상치 못한 눈이 되어
계절의 마지막 선물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은 그러하다.

봄의 흩날리는 마지막 낙화,
여름의 쏟아지는 마지막 폭우,
가을의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
그리고 겨울의 내리는 3월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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