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집 근처 도서관.
유지원은 열람실 한 켠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자율학습을 하기로 했지만, 정작 도착한 건 유지원뿐이었다.
책상 위에는 ‘기말고사 대비 요약집’과 두꺼운 사회 교과서가 놓여 있었다.
그는 한참을 펜을 굴리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
요약한 내용이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
같은 반 친구 재윤은 자사고를 목표로 학원을 세 군데 다녔고,
수진이는 ‘입시에 도움 된다’며 휴일없이 학원에 다니는 중이었다.
유지원도 그 흐름에 맞춰 따라가고 있었지만,
마음속엔 계속 다른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나는, 뭘 하고 싶지?”
유지원은 시험 공부를 하다 말고, 잠깐 고개를 들었다.
옆자리 중학생은 태블릿으로 영상 편집 연습을 하고 있었고,
그 뒤편의 고등학생은 ‘스타트업 인터뷰 기사’를 스크랩하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도 뭘 하고 싶은지 진짜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다들 뭔가 준비하고 있는데… 나는 그냥 시험 보고 외우고, 또 까먹고…’
무심코 펼친 도서관 1층 포스터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진짜 진로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유지원은 휴대폰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그냥 시험 잘 보는 기계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나는 누구의 꿈을 따라가고 있지?”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유지원은 아빠 유제이에게 물었다.
“아빠는 어릴 때 뭐 되고 싶었어?”
유제이는 잠시 웃으며 대답했다.
“의사, 과학자 그런 직업이였지,
근데 내가 정말 원했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직업이였던거 같애”
유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요즘 뭔가, 생각이 자꾸 많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