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유제이는 어떤 일도 손에 대지 않았다.
퇴근하면, 아파트 단지 주변을 천천히 걷는 게 전부였다.
늘 분주했던 그의 일상에, 낯선 정적이 찾아왔다.
“이렇게 조용히 살아도 되는 걸까?”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 빈틈을 채우는 평온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그날 저녁, 딸 유지원이 수학 문제집을 들고 옆에 앉았다.
"아빠, 이 문제 진짜 모르겠어."
예전 같았으면 “나중에 보자” 하고 넘겼을 장면.
하지만 그는 펜을 들었다.
천천히, 함께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아이의 속도를 따라갔다.
유지원의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아빠랑 공부하니까 좀 재밌어."
"그럼 우리… 다음에도 같이 할까?"
그 순간,
유제이는 처음으로 ‘돈이 아닌 가치’를 느꼈다.
작고 조용하지만 확실한,
살아있다는 감각.
그날 밤,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이번엔 코인도 블로그 수익도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썼다.
“나는 왜 자유를 원했는가?”
“공무원이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는 삶이란 어떤 의미인가?”
그 글은 블로그에 올라갔고,
의외로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냈다.
‘저도 같은 고민을 해요.’
‘퇴직 준비 중인데 용기를 얻었어요.’
‘진짜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워요.’
그는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진짜 자유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길 위에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