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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를 읽고

책 후기가 아니라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by 글싸남

얼마 전 '이제 이혼합니다'라는 소설을 통하여 '가키야 미우'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다.


작가 정보를 찾아보니 특이하게도 소프트웨어 회사를 거쳐 2005년 '회오리 걸'로 추리소설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고 한다.


국내 IT 업계를 다니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글 쓰는 일에 전념했다고 하는 장류진 작가가 떠올랐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IT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쓰기 힘든 내용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지금까지 읽은 두 권의 '가키야 미우'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이 작가의 책을 좀 더 접해보고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이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16004


집에서 책을 읽기 시작할 때까지는 제목이 뭔지도 몰랐다.

아마 제목을 유심히 봤더라면 다른 책을 빌려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난 지금에서는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소설이다.

다이어트 책이 아니다.

당연히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신의 다이어트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다이어트 책 보다 재밌다.

어쩌면 이 책이야말로 당신의 다이어트를 성공시켜 줄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는 다이어트 전문가 '오바 고마리'가 등장한다.

다이어트 관련된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오바 고마리'는 어느 방송에도 출연한 적이 없고 사진을 찍힌 적도 없어서 아무도 그의 본모습을 보지 못했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네 명의 등장인물들은 '오바 고마리'에게 연락하여 개별 컨설팅을 받게 되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흔히 생각하는 다이어트 전문가와는 다른 모습이다.

(네 명의 등장인물 이야기가 하나의 단편소설처럼 구성되어 있다.)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고마리 씨를 통하여 이들은 살만 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살'도 빼게 된다는 다소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특히나 네 번째인 마지막 단편에서 한부모 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받는 소년 유타가 등장하여 감동을 자아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접한 '순례 주택'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잠깐 소설에 몰입하면 눈물이 찔금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라고나 할까?


젊은 시절에는 눈물이 없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눈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늙어서일까?)

'순례 주택'을 읽을 때도, 이 소설을 읽을 때도 눈물이 흐를 뻔했다.


작가의 다른 소설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에는 이 소설의 주인공 언니인 '오바 도마리'가 등장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그 책을 읽으러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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