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잘 쓰고 싶습니다.
최근에 절친 김박사의 추천으로 이혁진의 '광인'을 접한 바 있다.
이혁진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 아주 인상적이어서 다른 작품을 접하고자 읽게 된 소설이 이 책이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19796
뒤표지의 내용을 보니 4명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는구나. 그리고 배경이 은행이구나.
좋다. '광인'에서는 3명의 사랑 이야기가 나왔는데 4명 정도야 뭐, 가끔 등장인물이 엄청 많은 경우 메모하면서 읽지 않으면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한때 일본 소설을 엄청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름 때문에 조금 힘든 경우들이 있었다.
아직도 여전히 일본 사람의 이름만으로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르기 때문에 혼돈이 오는 경우가 있다.
하긴 국내 소설 중에서도 이름만으로 성별을 오해했다가 뜨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일까?)
은행을 배경으로 한다고 하니 또 다른 절친에게 추천해 준 소설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은행을 20년 넘게 다니는 중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웃어라, 샤일록'이라는 소설인데 전설의 채권 회수맨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은행 업무(일본 상황이긴 하지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은행원 친구에게 권해주었다.
그 뒤로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꽤 접했는데,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비롯하여 은행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꽤 있다. '샤일록의 아이들'이라는 소설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샤일록이 뭔지 알게 되었는데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로 악랄한 고리대금업자라고 한다.
(역시 사람은 고전을 읽어야 한다)
평범한 은행원 상수,
금수저 은행원 미경,
계약직 텔러 수영,
경찰공무원 준비 중인 청원경찰 종현,
쓰다 보니 등장인물들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싶다.
미경과 종현을 제외하면 본인조차 누구를 사랑하는지 헷갈린다.
"끌리면 끌러와야지, 끌려가서는 안 됐다."
"망설였다. 관계를 더 발전시킬지 말지."
소개글에서는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남녀의 발칙하고 속물적이고 사실적인 사내 연애를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회사로 표상되는 계급의 형상이 우리 인생 곳곳을, 무엇보다 사랑의 영역을 어떻게 구획 짓고 사랑의 행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자세히 담아냈다고도 했다.
소설을 중반쯤 읽다 보니 어디선가 본 기억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잠시 생각해 보니 영화나 드라마였던 기억이 난다.
역시 동명의 JTBC 드라마가 있다. 유연석, 문가영 주연이다.
본 기억이 난다. 찾아보니 2023년 초에 방영했다. 작년이다. 오래되지도 않았네.
이제라도 기억했으니 다행이다.
(뜬금없이 다른 책 이야기로 빠지자면, 최근에 읽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라는 책에서 시골에서는 '최근이네. 10년 전인가?'라는 표현을 쓴다고, 최근과 10년의 상반된 두 단어의 간극이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구절이 있다)
제목에 등장하는 단어 '사랑'과 '이해'가 너무 흔한 단어라서 기억을 못 했다고 치자.
그러고 보니 친구의 추천으로 이혁진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다고 했지만 이미 내 삶 근처에 와 있었구나 싶다.
줄거리와 결말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를 볼 때도 좀 더 해피엔딩이었으면 내 취향에 맞지 않았을까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과 영상은 좀 다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안 그래도 되지만, 영상은 좀 더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네 사람의 화살표가 어떤 방향으로 끝나는 것이 가장 해피엔딩일까?
세상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