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이유는 찾질 않았으니까〉
…..
없어진 것들을 떠올린다.
가을에만 뿌릴 수 있었던 디브리오 향수,
유분기 많은 피부엔 확실했던 네이처 퓨리 비누.
올해 이직하고 음악연습실을 정리하면서 잃어버린
마우스 USB,
자동차 키에 매달려 있던 열쇠고리 인형,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한
세일 때 사 두었던 브레드 페리 신발,
작년인가 재작년에 샀던 빈폴 티셔츠.
가끔 보고 싶은 황인찬 시집
(필자는 황인찬의 오랜 팬이다.)
오래된 메모지들,
아이폰 속에 저장된 랩가사와 시 —
(남에게 보여주긴 민망하지만
그 안에는 나의 정신이 가장 ‘정직하게’ 남아 있다.)
집.
(필자는 지금 오피스텔 세입자로 산다.)
그리고 내 나이에
옆에 있어야 할지도 모를 애인,
아니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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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사실 찾아보질 않았다.
그래서 잃어버렸고,
잃어버리다 보니 없어졌고,
어쩌면 원래부터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또 어떤 것들은,
잃어버렸다고 하기엔 너무 오래되어
그 이름을 꺼내는 게
꽤나 건방져 보일 만큼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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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이유로,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제 너를 다시 찾으려 한다.
잃어버렸다는 기억이나 의식조차
잃어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