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를 내려면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이 글은 광고를 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이름 모를 후배들을 위해 쓰는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알면 저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었거나 아니면 아주 부자가 되었거나... 그랬겠죠?
그래서 저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을 알려드리지는 못할 거 같아요.
하지만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 해볼 수 있는 한 가지 팁정도는 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지 않는 겁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아이디어가 잘 안 나온다면 아이디어의 방향성이 잘 못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잘못된 방향으로 답을 찾기 위해 가고 있는 거죠. 방향이 잘 못 잡히면 길을 헤매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죠?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계속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되도록 많은, 결이 다른 질문을 해보는 거예요.
이런 과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해 볼게요.
1~20대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지 않는다. 이들이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게 할 수 있는 좋은 캠페인 아이디어는 없을까?
여러분도 한 번 내보실래요? ㅎㅎ
이런 과제가 주어지면 우선 대부분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게 할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 고민할 겁니다. 근데 통계적으로도 1,20대는 과채를 먹지 않아요.
누군가는 '딱'하고 과일 채소를 먹게 할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과일 채소를 많이 먹게 할 아이디어에 매몰되다 보면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이 때는 아이디어를 내려하지 말고 문제를 재해석해보려 하거나 다른 질문들을 계속해보는 겁니다.
과일 채소를 왜 안 먹지?
과일과 채소 모두 안 먹나?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나?
과일과 채소를 안 먹으면 사람들은 뭘 먹지?
과일과 채소를 안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만약 사람들은 왜 과일 채소를 안 먹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다시 비싸서 안 먹나? 맛없어서 안 먹나? 어릴 때부터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안 먹나?라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과일과 채소를 안 먹으면 어떻게 되지?라는 질문에 답을 찾다 보면 과일 채소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알게 될 가능성이 있죠.
이런 질문들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과일과 채소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잘 몰라서 안 먹는 게 아닐까?라는 가설이 만들어집니다. 맛없는 영양제도 건강을 위해 돈 주고 먹으니까요.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사람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먹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솔루션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가설이 맞는지는 기존 건강 관련 DATA를 찾거나 필요한 경우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광고를 업으로 한다는 건 답을 내야 하는 수많은 순간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문제, 즉 질문은 광고주가 내줍니다.
하지만 광고주가 내준 문제에 너무 매몰되지 않아야 해요.
답은 무한합니다. 다만 질문을 달리 할 때만 다른 답, 좋은 답이 나올 수 있죠. 그러니 광고주가 내준 문제가 정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접근부터 해볼 필요가 있어요.
제가 일하는 펜타클에게 많은 광고상을 수상하게 해 준 캠페인이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이라는 해태 부라보콘 캠페인입니다.
가창력 좋은 가수들이 부라보콘 CM송을 수어로 부르는 캠페인입니다.
이때 광고주가 RFP에 적어준 문제는 '어떻게 하면 MZ세대에게 부라보콘 CM송을 흥얼거리게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만약 이 문제에 천착했다면 답은 뻔했을 거예요. 힙합으로 CM송을 만드는 등, CM송을 MZ세대가 좋아하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우리의 첫 질문은 '요즘 MZ는 CM송을 흥얼거리는가?' 였어요. 그게 맞다면 답은 달라져야 하죠.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니 지금의 젊은 세대는 예전만큼 CM송을 따라 부르지 않았어요.
결국 우리의 답은 광고주의 바람과는 달리 CM송을 흥얼거리게 할 수 없다. 고로 CM송을 흥얼거리게 하는 시도를 하지 말자로 정했죠.
결과는 말씀드린 것처럼 다행히 대성공이었요. CM송을 오히려 손 짓으로 부르자 사람들은 더 관심을 보였고 매출도 올랐거든요.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 아이디어를 내려하지 말고 계속 질문을 해보면 좋겠어요.
질문을 하다 보면 문제가 재정의 되고 생각지도 못한 답이 나오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