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칸라이언즈에 올라온 수상작 중 스포티파이의 'A song for every CMO' 캠페인이 인상적이었다. 스포티파이는 자신들의 광고 영업을 위해 세계적인 회사의 CMO 14명에게 각각의 취향에 맞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음악 앨범을 만들어주었다.
이 캠페인은 스포티파이가 2021년 자신들의 데이터 활용 능력과 타겟 광고의 창의적 잠재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만약 이 캠페인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면 큰 감흥을 주거나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스포티 파이는 기업의 마케팅 예산 사용 권한을 갖고 있는 마케팅 최고 의사 결정자들의 음악적 취향과 직업적 성취를 파악하고 그들의 마음에 쏙 드는 맞춤형 음반을 제작해 선물했다.
각 회사의 CMO들은 이 음반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스포티 파이로부터 선택받은 유능한 CMO라는 자부심과 본인이 만족한 것처럼 소비자들 또한 그러리라는 가능성을 고려했을 것이다. CMO들은 스포티파이에 광고 집행 검토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이유는 스포티파이가 이 캠페인 덕분에 전년도 대비 75%의 광고 수익 증가를 기록했고, 1억 유로(약 1조 원) 이상의 광고 매출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광고대행사는 경쟁 비딩을 준비할 때 보통,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자 타겟 설정과 분석에 많은 힘을 쏟는다. 타겟이 누구냐에 따라 광고의 메시지가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 비딩에서 비딩의 평가자로 들어온 광고주 타겟들을 고려하는 일은 흔치 않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비딩을 준비할 때 소비자 타겟팅을 분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비딩의 평가자에 대한 타겟 분석이다. 스포티파이가 콕 집어 CMO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한 이유는 마케팅 담당자가 아닌 마케팅 의사 결정자에 의해 광고 예산의 집행이 승인되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들에게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아무리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크리에이티브라도 광고주를 넘지 못하면 절대 소비자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늘 광고주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따라서 비딩에서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타겟은 실제 제품과 서비스의 타겟이기도 하지만 비딩을 평가하는 광고주가 더 중요한 타겟이 될 수 있다.
비딩 평가에 들어오는 타겟을 분석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선 비딩에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첫 번 째 : CEO를 타겟팅하는 방법
대기업일수록 CEO가 직접 비딩의 평가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매우 안전하면서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다. 왜냐면 CEO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많은 경우, 실무자들이 최종적으로 광고 안을 CEO에게 보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실무자들이 비딩에 참여해 프레젠테이션을 평가할 때 '이 광고는 CEO에게 보고할만하다'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해당 기업의 CEO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의 경우엔 CEO들의 인터뷰들이 종종 신문에 실리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몇 년 전 한 대기업 가구 회사의 비딩에 참여했을 때 CEO가 교체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받았다. 우리는 해당 CEO가 어떤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과거 재직 시 어떤 광고가 집행되었는지를 조사했다.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CEO가 좋아할 만한 전략방향으로 비딩을 준비한 적이 있다. 물론 결과도 좋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치킨 브랜드의 연간 광고 캠페인 비딩을 준비하며 회사의 C레벨들이 대부분 교체된 것을 파악했다. 해당 회사는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매각되었고 C레벨들은 운용사의 경영진들로 교체된 것이었다. 우리는 회사의 임원들이 숫자나 데이터에 민감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전략을 준비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우리가 간과한 것은 그들이 숫자나 데이터에 민감하다는 사실 이전에 광고 마케팅에는 문외한인 4~50대 아저씨라는 사실이었다. 재무제표적인 숫자에 민감하지만 우리가 제시한 광고전략 상의 데이터는 그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다.
두 번째 : 기존 광고로 파악하는 방법
오너가 있는 기업이라면 기존의 광고를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오너가 있는 기업은 오랜 시간 최고 의사 결정자가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전에 집행된 광고 또한 그들에 의해 컨펌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 개의 광고를 분석해 보면 어떤 광고를 좋아하는지 성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몇 년 전 저축은행의 경쟁 비딩에 참여한 적이 있다. 회사는 회장님이 계셨고 모든 광고의 최종 의사결정도 역시 회장님이 하셨다. 해마다 작은 변화들이 존재했지만 지난 광고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비유적 표현을 통해 전달하는 유형이었다. 우리는 회장님이 좋아하는 비유를 통해 광고 메시지를 풀었고 회장님의 선택을 받은 광고는 결국 온에어 되는 데 성공했다.
세 번째 : OT를 통해 파악하는 방법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는 OT를 통해 어떤 광고를 원하는지 물어보는 일이다. 물론 이 방법은 1대 1의 오티 자리에서만 가능하다. 최근 회사 내부에서 벤치마킹한 광고가 있었는지, 의사결정자가 언급한 광고는 없었는지, 기존 광고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광고주 원하는 광고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네 번째 : DATA를 이용하는 방법
비딩 평가에 참여하는 인원이 광고 실무자라면 재미있거나 창의적인, 한마디로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에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조금 더 발언권이 강한 팀장부터는 해당 광고를 C레벨에게 팔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보편적이다. C레벨을 설득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이라면 광고의 전략이 객관적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C레벨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숫자나 데이터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광고의 전략에서 논리적으로 설득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설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위의 세 가지 방법으로 타겟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DATA를 통해 우리의 광고 전략이 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과 사실적 근거에 기반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광고는 설득의 작업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광고주를 설득해야 한다.
슈트어트 다이아몬드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는 협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가 생각하는 머릿속 그림을 그리라는 항목이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생각, 감정,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광고주에게 받아내기 위해 그들의 생각, 감정,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