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니애 Nov 17. 2023

첫눈이 오면, 임윤찬을 들어보자

Liszt : Liebestraum No.3 사랑의 꿈

작년보다 12일이 빨리 왔다는 첫눈이다.


남편에게 첫눈이 내린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우리 연애할까?


라는 답문을 받았다는 경기도 모 지역 어느 댁의 이야기에, 또 필이 꽂힌 여인네들이 각자의 세대주를 시험대 위에 올린다.


망부석형
TJ형
동문서답형


이젠 사뿐사뿐 내리는 눈을 보아도 전혀 새롭고 설레지 않는다는데.

여전히 유부녀들의 가슴속엔 첫눈에 기대해 보는 로맨스가 남아 있다.


당신을 만났을 때 달아오르던 뺨,

처음 맞잡은 손바닥 안에서 나누던 온기,

추운 날 홍조 오른 얼굴을 감싸 쥐던 그 손길,

세상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달뜬 감정에 봄볕으로 여름으로 갑자기 겨울을 오갔던 시간들.

끝난 사랑에 붙잡을 데 없이 좁은 자취방 안을 울음으로 가득 채우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맴돌았다가도, 다음 날은 처연해진 자세로 밥솥에 쌀을 안쳤던, 그런 애닳음을 첫눈을 바라보며 추억할 당신이라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 '사랑의 꿈'을 들어보자.


 때론 라흐마니노프가 되었다가 때론 쇼팽으로도 탈바꿈 가능한 그가, 이번엔 리스트가 되어 사랑의 희비와 충만함과 덧없음을 노래한다. 초절기교의 절정에서 들숨이 정지당했다가 다시금 이완되는 선율의 간극에서 오는 전율을 느껴보자. 사랑이 모두 끝났구나,  더 이상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청춘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구나 하며 내려앉았지만, 이윽고 잔잔히 일어설 수 있는 성숙함에 벅찬 감격으로 울려보자.




https://youtu.be/bhYfOh6dn3o?si=hOtLcGXkkNEab6Yb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