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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EA 나들이 쇼핑을 했다

필요한 것은 사고 쓰면서 살겠어!

by 꼬꼬 용미 Mar 11. 2025

  「자취남」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았다. 자취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좁은 자취방을 예쁘고 편리하게 꾸미며 살고 있었다. 적잖은 충격이었다. 늘 아끼고만 살았던 미혼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름다움이나 미적 감각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을 둘러보았다. 좀 삭막하다. 아니 많이 삭막하다.    


그동안 아이들만 바라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아들 셋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단독주택을 골랐고 거실에 테이블도 없이 짐을 줄였다. 아이들은 컸다. 고등학생 막내는 학교와 집, 학원만 뺑뺑이를 돈다.   

   

집은 나의 것! 내가 제일 오래 머문다.      


아기자기 예쁘게 사는 젊은 세대들을 보며 결심했다. 우리 집도 좀 꾸미고 살기로. 그동안 나는 생존에 필요한 것만 갖추고 살았다. 예쁘다던가, 편리한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집안을 둘러보니 많이 어수선하다. 물론 정리도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예쁘고 편리한 것들을 사기로 한 거다.    

  

치렁치렁 거추장스럽다며 10년째 커튼을 달지 않고 살았다. 비싸기도 하고 철철이 커튼을 빨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알기에 나도 동의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다! 입구가 좁아 중문도 달 수 없다. 겨울에는 황소바람이 거침없이 들어온다. 소파로 대충 막고 바람을 등지고 있지만 겨울의 거실은 매우 춥다. 추위가 점점 싫어진다. 몇 해 전부터 남편이 거실 소파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자취남」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간편 커튼을 현관 입구에 달아보기로 했다. 다이소에서 커튼 봉을 사고 쿠팡에서 도톰한 커튼을 구입해 달았다. 남편 도움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처음 커튼을 다니까 황소바람이 싹 사라지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실내 온도도 1도는 그냥 올라간 것 같다. 기분 탓이라도 뿌듯했다. 따뜻한 봄이 되면 간단하게 뗄 수 있는 것도 편리하다. 

    

그래. 필요한 것은 사고 쓰면서 살겠어   



      

해군 아들이 2주 휴가를 나왔다. 그런데 아들 얼굴을 몇 번 못 봤다. 아들의 첫 휴가 스케줄이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미안했는지 서울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우리랑 함께 가겠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볼일이 있어 수원에 갈 참이었다. 우리 셋, 차에서 3시간 동안 오붓했다. 자는 아들 모습도 보고 못다 한 이야기도 정답게 나누고 점심을 함께 먹는 것으로 아들과의 데이트는 끝이 났다.    

  

우리 볼일이 끝나고 아들을 광명역에 내려주었다. 우리 부부는 광명 IKEA로 갔다. 설렜다.

   

수원에 간 김에 벼르고 벼른 쇼핑을 하기로 한 것이다. 드넓은 IKEA에서 사람 구경, 살림살이 구경을 하며 나는 생기가 돌았다. 며칠 전부터 사고 싶은 것은 사면서 살겠다고 남편에게 엄포를 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연애 때처럼 남편이 참 잘 따라다녔다.


 ‘그거면 충분해.’


보는 것마다 갖고 싶고 사고 싶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구석구석 살펴보고 앉아보고 누워보고 꼼꼼히 봤다. 물건이 너무 많아서 찾기도 쉽지 않았다. 물 만난 고기처럼 나는 행복에 겨워 그곳에서 헤엄쳐 다녔다. 


마음에 쏙 드는 거실장을 만났다. 거실에 붙박이 장을 새로 짜고 싶었는데, 잘 됐다. 그런데, 남편이 망설인다. 자기가 선뜻 조립해 준다고도 않고 시공 서비스를 받자해도 답이 없다. 나도 즉흥적으로 가구를 사가면 감당이 될지 머뭇거렸다.


"물 먹고 싶어."

남편이 말했다. 


실내 소음과 먼지로 숨을 못 쉬겠다며 남편의 얼굴이 점점 노래지고 있었던 거다. 2층 푸드코트로 갔다. 여기서도 사람이 너무 많아 한참 동안 줄을 서야 했다. 겨우 우리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남편은 아들과 먹은 늦은 점심이 아직도 소화가 안 됐단다. 내가 음식을 고를 사이도 없이 남편은 계산대로 가버렸다. 남편 컨디션을 맞추느라 가성비와 가심비 좋은 IKEA 저녁을 나는 고를 수 없었다.  커피랑 조각 케이크, 음료를 마시며 남편을 달랬다. 

    

다섯 시간 넘게 돌아다녔다는 것을 주차비 정산을 하며 알았다. 결국, 추가 주차비를 내야 했다. 아깝지 않았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밤 9시, 거의 문 닫기 전까지 보고 또 봤다. 우리 집까지는 3시간이 걸렸다.    


행복했다. 지방에 사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기꺼이 IKEA에 갔고 샀다는 것이. 남편과 콧바람 쐬며 도시 데이트를 즐겼다는 것이. 

    


나는 무엇을 샀을까? 

참 소소하고 소박하다.     


휴대폰 거치대를 샀다. 800원. 작고 심플하고 저렴해서 좋았다. 


주방에서 음식을 할 때 늘 유튜브를 보는 편이다. 아이들이 케이넥스로 만들어 준 적도 있고 나무 블록을 사용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놓친 드라마를 15분 요약으로 보거나 정치 상황을 뉴스나 해설 방송으로 자주 듣는다.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뭐라도 듣거나 보지 않으면 뭔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휴대폰을 컵 선반에 끼우거나 인조대리석 끝에 세우면 늘 쓰러지고 떨어진다. 

“아 불편해.” 

그냥 참고 살았다. 익숙해서 딱히 개선할 생각도 없었다. 늦었지만, 문명의 이기를 좀 누리며 살아도 되겠지.     

“아~ 편하다.” 

이 작은 물건 하나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그리고 나무도마를 샀다. 친정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며 내던 그 소리를 나도 내고 싶었다. 커다란 도마가 꽤 무거워 망설였다.

"갖고 싶으면 사야지."

남편이 나무도마를 번쩍 들어 카트에 넣었다. 


써보니 진짜 크고 무겁다. 젊을 때 사서 써야 했다. 엄마의 깊고 경쾌한 도마소리와는 달랐다. 가벼운 대나무 소리가 낯설다. 하지만, 나무도마를 써보고 싶었던 작은 소망은 이루었다.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그리고 폭 80센티짜리 매트리스를 샀다. 둘째 방은 유난히 작다. 책상 하나에 두꺼운 요를 깔고 자야 한다. 늘 마음에 걸렸다. IKEA에 있는 딱 맞는 작은 매트리스를 사고 싶었다. 좋아하는 둘째를 보며 내 마음이 흐뭇하다.  

    

막내를 위해서는 메모리폼 베개를  샀다. 아이용 베개가 꽤 오래전부터 작아졌기 때문이다. 항상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아이들의 니즈를 해결했다. 백화점 갈 때마다 새 이불 커버를 사고 싶어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IKEA에서 샀다. 큼지막한 꽃무늬가 은은하게 그려진 면 커버. 관리가 편하다.   

   

벽에 붙이는 전신거울, 싱크대 문에 거는 고리, 코르크 냄비 받침, 실리콘 뚜껑 등..... 소소한 물건들을 한 아름 사 왔다. 여자들에게 한 번씩 지름신이 내린다는데, 그날 내게는 아기 지름신이 내렸나 보다. 




나는 몇 달 전부터 이사를 고민했다.   

   

내 또래 친구가 집을 넓혀가고 새로 리모델링을 해 들어간 집을 보고 온 날. 나는 좀 힘들었다. 너무도 근사하고 멋진 집에 이사한 친구에게 축하해 준 것은 진심이었다. 이후, 내 안에서도 변화의 움이 싹트고 있었을 뿐이다.   

   

큰아들이 너무 좋아하는 우리 집. 주택에 익숙해진 우리 가족(간밤에 마이크 대고 노래할 수 있고 세탁기며 청소기를 새벽에도 돌릴 수 있는 집). 고1 막내가 다니는 학교가 걸어서 10분. 고속, 시외버스터미널이 걸어서 10분.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집을 보러 다녔다. 우리 동네여야 하고 집은 좀 컸으면 좋겠고 마당도 더 넓었으면 좋겠다.    

  

구도심의 주택가 우리 동네에도 빈집이 생겨나고 있었다. 주변 가게에도 임대 딱지가 붙기 시작했고 나이 드시고 허리 굽은 어르신들이 더 많아졌다. 

    

우리 동네 안에서 이사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헌 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해도 괜찮은 걸까? 그냥 우리 집을 새로 고쳐 쓸까?  

   

집 문제를 상의하다 남편과 느닷없이 투닥거렸다. 남편은 은퇴하면 수원에 가서 살자고 한다. 지하철 공짜고 내가 좋아하는 서울 가까이에서. (다 늙어서? 벌써 무릎도 아픈데?) 


아무래도 막내 졸업 때까지는 참아야 할 것 같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젊고 예쁜 할머니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사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일단, 어수선한 집을 정리해야겠다. 

그리고 삭막한 집에 따뜻한 온기를 좀 더 불어넣어야겠다.

그러려면 부지런해져야겠다. 건강해야겠다.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살기 위해서! 




*사진- IKEA 앱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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