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탁

by 박정옥


분꽃이 창문 아래서 나팔을 분다

해거름에 피는

분꽃 시간에 맞춰 저녁을 짓는다

쌀 씻어 솥에 넣고 뚝배기에

다시마 멸치로 국물을 내고

친정 엄마표 된장 휘휘 풀어준다

애호박 양파 고추 타닥타닥

두부 숭덩숭덩 썰어

끓고 있는 뚝배기에 밀어 넣는다

채소가 말갛게 익어가고 두부가 너풀거리면

저녁 식탁으로 식구들 모여든다

씨앗처럼 작고 단단한 아이는 호호

된장찌개 식히느라 꽃처럼 입술을 연다

잠시 고단하고 허무했던 마음들 보글보글

익어간다



오래전 시를 짓고 싶은 마음이 콩닥걸리때 시인 흉내를 내본 글을 우연히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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