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계절에 만나는 온기, 후쿠오카 겨울 여행

따스한 입김이 머무는 곳, 후쿠오카의 겨울이 건네는 다정한 문장들

by 하루담음

가장 가까운 타국에서 만난 겨울은, 시린 바람보다 먼저 따뜻한 온기로 나를 안아주었다.


비행기로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이웃 도시 후쿠오카는 내게 늘 '가장 만만한 도피처'였다. 하지만 겨울의 초입에 다시 마주한 이 도시는 평소와 다른 색감으로 말을 걸어온다.


나카스 강변을 따라 흐르는 차가운 물줄기 위로 텐진의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이 윤슬처럼 부서지고, 사람들은 두터운 코트 깃을 여미며 저마다의 온기를 찾아 흩어진다. 익숙하다고 믿었던 거리가 낯선 계절의 옷을 입었을 때, 여행자는 비로소 도시의 세밀한 결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바다 건너 불어오는 바람은 날카롭지만, 골목마다 스며있는 라멘 국물의 진한 향기는 그 날카로움을 금세 무뎌지게 만든다.


시내의 활기를 뒤로하고 근교의 다자이후나 유후인으로 발길을 옮기면, 후쿠오카의 겨울은 비로소 완성된다. 고요한 신사의 경내를 걷다 마주한 매화나무 가지 위로 겨울 햇살이 투명하게 내려앉는 장면을 본다. 아직 꽃을 피우기엔 이른 계절임에도, 나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봄을 준비하며 묵묵히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온천 마을의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는 수묵화처럼 아련하고, 뜨거운 물속에 몸을 뉘었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은 치열했던 한 해의 피로를 순식간에 녹여낸다. 우리는 어쩌면 이 짧은 평온을 얻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후쿠오카의 겨울 여행은 화려한 정복이 아니라,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수집하는 과정에 가깝다. 텐진의 북적이는 백화점 사이에서 쇼핑백을 든 사람들의 활기를 구경하다가도, 해 질 녘 모모치 해변의 쓸쓸한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 이중적인 매력은 후쿠오카만이 줄 수 있는 위로다.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마주한 노부부의 다정한 뒷모습이나,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푸딩 하나에도 우리는 행복의 정의를 다시 써 내려간다.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좋다. 발길 닿는 대로 버스를 타고, 마음이 멈추는 곳에서 내려 겨울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여정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끝자락, 하카타 역의 눈부신 조명 아래서 다시 한번 가방을 고쳐 멘다. 이번 겨울 후쿠오카가 내게 준 선물은 '적당한 거리의 다정함'이었다. 너무 멀지 않아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안도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명백히 다른 세계라는 설렘. 그 사이의 틈을 겨울의 온기가 촘촘히 채워주었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여전히 빛나고 있을 것이고, 내 마음속엔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스하게 타오르던 이 도시의 잔상이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겨울은 깊어가지만, 우리가 나눈 온기는 봄보다 먼저 마음속에 꽃을 피울 준비를 마쳤다.


나카스 강변에서 유후인 온천까지, 쉼표가 필요한 당신을 위한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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