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긴 파도, 울산 대왕암에서 배운 기록의 태도
기록한다는 것은 풍경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 앞에 선 나를 증명하는 일이다.
울산 대왕암공원의 2월은 서늘한 바닷바람과 기개 있는 기암괴석이 맞물려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붉은 바위들이 파도에 깎이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마치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거인의 뒷모습을 닮았다. 나는 그 거대한 서사 앞에 서서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무거운 DSLR 카메라가 없어도, 화려한 렌즈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 압도적인 자연을 어떻게 내 삶의 한 페이지로 옮겨오느냐는 태도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은 장비의 값이 아니라, 빛이 머무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피사체를 향한 정직한 각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대왕암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새삼 복기했다.
대왕암의 출렁다리를 건너며 나는 수직과 수평의 조화를 생각했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 격자선을 띄우고, 바다의 수평선을 평온하게 맞추는 일은 어쩌면 뒤틀린 일상의 균형을 잡는 행위와도 같았다. 웅장한 바위를 한 화면에 다 담으려 욕심내기보다, 바위 틈에 핀 작은 풀꽃이나 부서지는 포말의 찰나에 집중했다.
소위 '똥손'이라 자책하는 이들의 가슴 속에도 저마다의 감수성은 살아있다. 다만 그 감수성을 시각화하는 아주 작은 요령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빛을 등지는 대신 빛을 마주하고, 허리를 낮춰 바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심했던 풍경은 특별한 '인생샷'으로 화답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내 손의 확장이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의 감각은 눈이 보는 것을 마음이 인지하는 속도와 일치한다. 대왕암의 거친 질감을 화면에 담기 위해 노출을 살짝 낮추자, 바위의 주름 하나하나가 살아나며 깊은 서사가 느껴졌다.
기술은 화려할 필요가 없다. 대상을 향한 예의를 갖추고, 가장 자연스러운 찰나를 기다리는 것. 그것이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거대한 대왕암을 온전히 담아내는 비결이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작가이며, 매 순간 마주하는 풍경을 기록할 권리가 있다. 그 기록이 서툴지라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은 풍경보다 더 오래 남는 법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사진첩에는 울산의 푸른 바다가 가득 찼다. 보정 앱으로 색을 덧칠하지 않아도, 그날의 바람과 소리가 사진 사이사이에 배어 있는 듯했다.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 하지만 그 기록이 단순히 데이터의 축적에 그치지 않으려면, 찍는 순간의 내가 풍경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가 중요하다. 대왕암의 붉은 바위는 내게 말해주었다.
흔들리는 출렁다리 위에서도 초점을 맞추듯,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소중한 것을 응시하는 눈을 잃지 말라고. 나는 이제 사진 한 장을 찍을 때마다 그 속에 담길 나의 마음을 먼저 점검한다. 풍경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나는 매번 다르기에, 나의 기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대왕암의 웅장함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담는 구도의 비밀을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