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 틈에서, 도시는 가장 아름다워진다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언제 그곳에 도착하느냐로 완성된다.
마카오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도시보다 공기를 먼저 기억했다. 햇볕은 분명 따뜻했지만 피부에 달라붙지 않았고, 바람에는 묘하게 마른 결이 섞여 있었다. 습도 높은 아열대의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마카오는 그날만큼은 뜻밖에도 가볍고 단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세나도 광장을 걷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포르투갈식 타일 바닥 위로 햇빛이 고르게 퍼졌고,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유난히 느긋했다. 여름이었다면 이 길을 몇 분이나 걸을 수 있었을까. 땀을 닦느라 풍경을 놓치지 않았을까. 그날의 마카오는 걷는 사람에게 친절한 도시였다.
에그타르트를 한 손에 들고 성 바울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에서도 숨이 차지 않았다. 땀 대신 여유가 남았고, 사진 속 얼굴도 자연스러웠다. 여행에서 날씨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그제야 실감했다.
마카오는 화려함으로 기억되는 도시지만, 사실은 계절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여름의 마카오는 뜨겁고 빠르다.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숨을 고르게 해야 하고, 여행은 선택과 집중이 된다. 반면 가을과 초겨울의 마카오는 걷는 속도를 허락한다. 골목으로 새어 들어가도 괜찮고, 계획이 조금 틀어져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특히 10월에서 12월 사이의 마카오는 도시가 가장 말을 많이 거는 시기다. 하늘은 맑고, 밤바람은 부드럽다. 야경은 과하지 않고, 낮의 풍경은 선명하다. 그 계절의 마카오는 ‘구경하는 도시’가 아니라 ‘함께 걷는 도시’에 가깝다.
그래서 마카오 여행의 적기는 숫자가 아니라 감각에 가깝다고 느꼈다. 얼마나 덥지 않은지, 얼마나 오래 걷고 싶은지, 사진보다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는지. 그 모든 조건이 겹치는 시기가 바로 그 짧은 계절이었다.
여행을 망치는 건 계획 부족보다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마카오는 언제 가도 화려하지만, 어떤 계절에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덜 덥고, 덜 바쁜 시기의 마카오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다정하다. 그 도시는 서두르지 않는 사람에게 더 많은 장면을 내어준다.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목적지보다 먼저 계절을 살펴보길 권한다. 마카오는 그 선택에 유난히 솔직한 도시니까.